아직 살아있지 못한자

2014.11.09 14:05:43

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아직 살아있지 못 한자라니! 이 말은 TV 드라마 '미생·의 부 제목이다. 죽은 것과 살아있는 것 두 가지 밖에 모르는 나에겐 참으로 고개가 갸웃해지는 말이다.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것도 아닌 것이 과연 존재하기나 한 것일까·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나는 우연히 TV를 켜니 미생이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한참이다. 무심코 보던 나는 점점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끝날 때 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드라마 대사 중 오과장은 "이왕 들어 왔으니 어떻게든 버터바라 여긴 버티는 게 이기는 거야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 으로 나간다는 거니까 바둑에는 이런 말이 있어 미생· 완생.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직원에게 과장님이 건물 옥상에서 하는 말이다. 바둑에 문외한인 나는 미생(未生)그리고 완생(完生) 이라는 말이 생소 하다. 웹툰에서 인기 있던 작품을 드라마로 각색을 하여 내놓은 작품이란다. 단백하면서 진솔한 이야기다. 사회초년생이 살아 내기위해 고분 분투하는 이야기가 실감나면서 공감 가는 소재이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는 미생인 것들이 무척 많다.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이 미생이라는 이름으로 눈에 들어온다. 우리도서관에서 몇 년 동안 취업준비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점심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미생이고, 엊그제 입사한 신참직원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도 지금은 미생이다. 그런가 하면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는 우리 손자 녀석도 미생이고, 결혼을 꿈꾸는 딸아이도 아직은 미생이다. 그러고 보니 완생을 살고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하는 마음이 든다.

바둑에서 완생 이라는 것은 주위에 다른 색깔의 돌을 두어서는 안 되는 거라면 우리의 삶도 끝없는 배척을 통하여 나아갈 길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 또한 서글픈 일이다. 자신의 완전한 승리를 위하여 주위에 같은 색깔의 동지를 둘 수 없는 현실이 정말 우리가 꿈꾸는 삶인지 묻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인 사회 그리고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숲에서도 마찬가지다.

죽은 것도 아니요 살아있는 것도 아닌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보기로 하고 숲길로 들어섰다. 눈이 부시도록 하늘은 높고 파랗다. 나무들은 이제 한해의 완전한 삶을 정리 하듯이 저마다 가진 색들을 내 보이며 미생으로 겨울을 견딜 준비를 하고 있다. 나뭇잎을 모두 떨구고 잎눈과 꽃눈은 최대한의 한파와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죽음을 맞이한 듯 보이지만 누구도 그들을 죽었다고 말하진 않는다. 그것이 미생일까· 아직 살아있지 못했다고 말 할 수도 없다. 동물은 겨울잠을 자기위해 열심히 몸을 불리고 있다. 곤충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알을 감싸고 먹이를 이용할 장소를 찾아 나양한 방법으로 몸을 숨기고 있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살아가기 적당한 기온과 환경을 기다리며 미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활발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는 꼭 올 것이고 그들은 다시 열심히 주어진 삶을 살아갈 것 이다. 미생과 완생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생각이 된다. 미생으로 살다보면 어느 순간 완생이 되고 완생 이라고 생각하고 살다보면 어느새 미생의 삶을 살고 있다. 우리의 삶은 미생과 완생의 순환인 것이다. 그 순환의 고리가 끊어지는 날 우리는 완전히 죽은 사멸(死滅)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멸 그 또한 죽은 것이 아닐 것이다.

사멸은 제 몸을 썩혀 미생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면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채로 또다시 순환은 시작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살아 있으나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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