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응급실 금요일 밤엔 더 바쁘다

복통.발열 대부분..."회복돼 병원문 나설 때 보람"

2007.11.05 21:01:34

지난 2일 오후 9시 청주성모병원 응급실.

앰뷸런스가 요란한 경보음을 울리며 40대 가정주부가 응급구조대에 실려왔다.

“흉기에 목을 찔린 것 같습니다” 다급한 구조대원의 말에 의사와 간호사 등 5명이 환자를 둘러쌌다.

목 부위에서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고 수혈과 함께 응급처치가 이뤄졌다. 곧바로 봉합수술이 시작됐고, 그렇게 손에 땀을 쥐는 30여분이 지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나마 상처가 깊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구조대와 함께 출동한 경찰은 “부부싸움을 하던 중 이를 말리던 부인 친구를 남편이 찌른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시골에 사는 홀로사는 노인이 응급실로 이송됐다. 며칠간 몸살로 고생하다 40도가 넘는 고열에 쓰러지고 나서야 119 신고를 한 것. 의사와 간호사의 손길이 다시 바빠졌다.

노인은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는 간호사의 말에도 자녀에게 연락하길 주저했다. 자신의 몸이 아프더라도 자식이 걱정할까 망설이는 것 같았다. 실제로 노인환자의 경우 보호자가 있어도 ‘없다’고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해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 병원관계자의 말.

오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10대로 보이는 남학생이 들것에 옮겨졌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 의사의 지시에 따라 환자의 기도에 흰 대롱이 꽂아지고 위세척이 시작됐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이 학생은 병원에서 준 약 며칠 분을 한꺼번에 먹었다고 했다. 투약시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탓인지 위세척 후 서서히 제정신을 차렸다. 부모가 이혼을 했는데 양쪽 모두 아이를 맡으려 하지 않아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게 함께 온 가족의 말이었다.

금요일 밤 시간 청주성모병원 330㎡ 남짓한 응급실 20여 병상엔 환자들로 빼곡했다.

앙상한 팔에 링거주사를 꽂고 누워있는 할머니부터 팔과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청년, 링거를 꽂고도 병상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만취상태로 사고를 당해 횡설수설하는 40대까지 몰려드는 환자들로 응급실이 눈코 뜰 새 없이 부산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통사고와 폭행, 만취 등과 관련된 환자가 끊이질 않았다.

토요일이 휴무로 지정된 후 금요일에도 모임이나 술자리가 많아져 각종 사고가 많아지고 있다는 게 병원 관계자의 말이다.

24시간 응급의학과 담당의가 상주하는 이 병원에는 지난달 1천900여명의 환자가 다녀갔다.

복통과 발열, 두통, 어지럼증, 호흡곤란 등 일반적인 응급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가을철에 나타나는 쯔쯔가무시병이라든지 독버섯을 먹고 오는 경우도 20여건 발생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폭력 등 상해로 인한 사건이 여름에 비해 줄긴 했지만 교통사고와 등반사고 등이 늘면서 각종 사건사고가 지난 달 50여건 발생, 하루 1건 이상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중(46)응급과장은 “각종사건사고와 연루돼 구급대에 실려 오는 환자의 경우 경찰이 함께 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의사와 간호사 모두 환자 소생에 전력하느라 온몸이 긴장으로 피곤하지만 가장 적절한 조치로 환자가 회복돼 병원 문을 나설 때 가장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 박재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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