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청주시 청원구의 한 주택가 골목길에 그려진 벽화. 한 셉테드 전문가는 사람이 심리적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골목길 벽에 사람을 그려 놓으면 오히려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주변 환경에 대한 세심한 분석을 토대로 한 적합한 셉테드가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태성기자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건축설계기법을 지칭. 건축물 등 도시시설을 설계 단계부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하는 기법 및 제도 등을 통칭함.
배기범 부산디자인센터 디자인지원팀장
배기범 부산디자인센터 디자인지원팀장은 디자인을 전공하고 인간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디자인 전문가로 '부산 셉테드'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배 팀장은 경찰이나 지자체뿐 아니라 주민 등 공동의 노력이 이루어질 때 안전한 환경 조성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셉테드란 무엇인가.
"셉테드는 범죄에 취약한 도시환경에 감시·접근통제 기능을 접목해 범죄발생의 기회적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환경설계 디자인을 말한다. 셉테드의 기본 원리는 5가지로 나뉘는데 출입구·보행로·조경시설 등을 설치할 때 가시성을 극대화 해 범죄인에 대한 자연스러운 상호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자연적 감시', 범죄자나 외부인의 침입을 막는 '접근통제', 조형물 설치 등 사적 영역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영역성', 공원·놀이터 등 공공장소에 시민들의 이동을 높여 범죄를 예방하는 '활용성 증대', 시설물이나 공공장소가 황폐화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유지관리'다. 이렇게 5가지 원리를 토대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셉테드 선진도시로 꼽히는 부산 셉테드의 강점은.
"부산형 셉테드의 가장 큰 특징은 막연한 추측이 아닌 데이터에 근간한 분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각종 주민 설문조사 등의 정성적 해석뿐만 아니라 사회인구학적·물리적 현황조사 등의 정량적 해석을 통해 대상지를 이해하고 활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시범사업 지역을 바둑판처럼 잘라 번호를 매긴 후 공간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해석하려 노력한 것이다. 창문의 개수, 보도의 폭, 담장의 높이와 색상, 가로등·CCTV 개수는 물론 주민이나 보행자가 어느 지점에서 불안감을 느끼는지 심리적인 요소까지 데이터로 만들어 정보화한다. 이를 통해 공간 또는 환경에 숨겨진 보이지 않은 규칙을 논리로 발견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여기에 디자인적 창의성을 통해 솔루션을 제시한 것이 바로 부산형 셉테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가 범죄예방환경조성을 위해 나아갈 방향은.
"셉테드가 이슈화가 되고 있는 것은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시민의 안전한 환경은 경찰이나 지자체뿐만 아니라 주민과 함께 하는 공동의 노력이 이루어질 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범죄예방 환경 디자인 전문가와 경찰, 범죄로부터 안전을 챙기려는 시민, 셉테드 관련 행정업무를 추진하는 행정기관 모두가 빠짐없이 최선의 조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셉테드는 인간에게 어떤 편익을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하나의 방법론 일뿐 결국 시민들이 어떠한 불편을 가지고 있는지를 범죄와 환경적 측면에서 고민하는 것이다. 지역구성원들의 관심이 셉테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셉테드가 도입단계인 만큼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지역사회에서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다함께 노력한다면 좀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 박태성·김동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