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 설명서

2015.03.01 13:51:52

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삼월이 시작되었다. 봄이 왔다고 여기저기서 수근 거린다. 산자락에 쌓인 눈 사이로 복수꽃이 피었다. 너도 바람꽃의 청조한 모습도 TV화면에서 꽃잎을 파르르 떨고 있다. 통도사 매화도 꽃망울을 열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들이 이른 봄에 꽃을 피우기 위해 엄동설한을 견디며 긴 시간동안 몸살을 앓았을 생각하니 아름다움 보다는 측은하고 애처로운 마음이 먼저 든다. 봄을 싣고 부드럽게 넘어오는 바람 속에 꽃샘추위는 뾰족한 송곳 바람을 감추고 있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은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품은 시작의 계절이기도 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자연의 섭리를 겸허하게 받드는 계절이기에 봄은 더 견디기 힘든가 보다. 시작의 계절인 봄이 고뿔 한번 없이 그리 만만하게 오겠는가?

봄이 왔다고 하나 나의 몸은 엄동설한의 겨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겨울을 잘 보낸다 싶었는데 시름시름 기운이 빠지더니 목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기침과 함께 열흘이 넘도록 감기 때문에 고생을 했다. 이제 좀 기운이 난다 싶더니 또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몸이 개운하지 않으니 만사가 귀찮고 좋은 일이 없다. 이제 면역력은 떨어졌고 기운은 쇠잔해진 것이 분명하다. 돌이켜 보니 나는 몸을 함부로 한 것 같다. 젊었을 때는 힘들고 피곤해도 한잠 푹 자고나면 피로는 깨끗이 사라지도 다시 기운이 나면서 씩씩하게 다시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은 비껴가기 어려운가보다.

요즈음 TV를 보면 건강에 대한 프로그램이 많이 방영되고 있다. 일일이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정보와 건강 상식이 우리의 분별력을 흐리게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보와 건강에 좋은 음식이나 약재라도 자신의 몸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저거 다 쓸데없는 것이지 하고 생각 하면서도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출처와 약효를 알 수 없는 무수한 약재들을 쉼 없이 가져다 주셔서 어머니께 모진소리를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내가 요즈음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한 웃음이 난다.

며칠 전 지인이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여 병문안을 갔다. 몸이 자꾸 아파서 일단 병원에 입원하여 이것저것 검사하는 중이란다. 아직 검사결과는 안 나왔지만 큰 병일까 봐 은근히 겁난다고 한다. 얼굴은 그동안 반쪽이 되었다. 그는 몸도 아프지만 마음고생이 더 한 것 같다. 내손을 잡으며 그는 "나는 그동안 내 몸에게 너무 함부로 한 것 같아 그래서 내 몸 에게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들어!" 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병문안을 다녀 온 후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정말로 내 몸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나는 찬찬히 내 몸 사용 설명서를 작성하려고 한다. "내 몸 사용 설명서" 라는 이름으로 모 방송국에서 방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이름을 차용 하여 내 몸을 그동안 어떻게 사용 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사용 할 것인지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즐겨먹는 음식을 체크해보고 생활 습관도 점검해봐야 한다. 내 몸에 맞는 적당한 운동 종목도 찾아봐야하고 앞으로의 건강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귀 동냥으로 들었던 모든 정보를 지우는 일이 가장 시급한일일 것이다. 인증되지 않은 무수히 많은 건강식품과 각종 식물과 동물들 그리고 무조건 몸에 좋다는 것을 맹신했던 생각들도 지워야 할 것이다. 차근차근 나의 지나온 삶의 행적을 뒤돌아보고 다시 내 몸의 사용 설명서를 써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병원이라면 무조건 거부반응을 했던 내 몸에게 살살 달래어 미리미리 건강을 체크하고 큰 병을 미연에 방지하여 건강에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올 봄에는 내 몸 사용 설명서에 의해서 두 눈 딱 감고 보약이라도 한재 지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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