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 이러쿵 저러쿵 - '김영란법' 졸속 심사

당초 정부안에 없었던 사립학교·언론인 포함
공적자금 투입된 금융기관은 제외 '이중잣대'
지방언론 줄도산 불가피…곧바로 개정 목소리

2015.03.04 19:09:46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본회의를 통과하자 마자 곧바로 개정안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사회 곳곳에서 '위헌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영란법을 심사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왜 갑자기 사립학교 종사자와 언론계 임직원들이 포함됐을까 궁금증을 낳고 있다.

◇정부 제출안과 다른 수정안

본보는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에서 논의되고 있던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집중 보도했다. 당시 국회 정무위에서는 김영란법 범위를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3 수준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김영란법은 공직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만 포함된 상태였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을 비롯한 상당수 의원들이 김영란법 처벌대상에 사립학교와 언론인 포함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 정무위 안팎에서는 공적자금 지원을 받는 사립학교 종사자에 대한 포함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민간 영역인 언론사 종사자까지 포함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갈렸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KBS 기자들은 처벌대상이 되는데 MBC와 SBS 기자들이 포함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언론사 포함을 주장했다.

전국에 분포된 수백개의 언론자 중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는 KBS와 EBS 종사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나머지 모든 민영언론까지 포함시킨 셈이다.

◇금융기관은 왜 빠졌나?

형평성 문제 때문에 민영 언론사 전체를 김영란법 처벌대상에 포함시킨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정작 공적자금 투입이 이뤄진 금융기관 종사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금융기관을 피감기관으로 설정하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꼼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사립학교 종사자가 포함되면서 국·공립 및 사립대학 병원에 종사하는 의사들도 처벌대상에 포함됐지만, 대형 민간병원 의사는 대상에서 빠졌다.

이를 언론계 상황과 비교해 보면 KBS·EBS와 형평성을 위해 나머지 모든 민영 언론사를 포함시킨 것과 달리 대학병원과 대형 민간병원 간 형평성 문제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여야 정치권은 한발씩 물러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며 "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 동안 해당 법안을 면밀하게 검토해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지적된 것처럼 정부 비판적 언론에 대한 탄압과 정치권에 대한 표적수사, 부정으로 불신 조성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됐다"며 "정부는 1년 6개월이라는 준비기간 동안 철저히 준비하고, 강력한 법적용을 통해 유명무실한 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 모두 법 취지에 대해 공감하면서 김영란법이 가져 올 사회적 파장에 대해서는 한반 물러선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방언론의 고충은 무시

국회 정무위에서 수정되고 3일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언론의 범위를 획일적인 기준으로 판단했다는 점이다. 중앙언론과 지방언론, 방송매체와 신문매체,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등 민영과 공영의 영역을 오락가락했다.

이 결과, 1년 6개월 뒤 김영란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중앙의 온라인 매체와 정부·권력 비판매체를 비롯해 지방의 중소 언론사의 경우 줄도산 가능성이 높다.

광고·협찬 의존도가 높은 언론사에서 정부와 지자체 권력을 적절하게 견제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정부·지자체와 검·경 간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이뤄지면 비판적인 언론사와 비판적인 언론인 등은 하루아침에 범죄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광고와 협찬 등을 받지 않고 언론사를 운영하면 된다"는 원론적인 의견이 많지만, 이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박봉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언론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논리다.

이를 종합할 때 획일적인 잣대로 포괄적 입법심사를 벌인 국회 정무위와 여론에 떠밀려 무소신 가결을 선택한 여야 국회의원 전체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 김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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