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 이러쿵 저러쿵 - '리플리 증후군' 우려되는 당·정·청

박 대통령 국회법 개정안 거부하자 원내대표 책임론 '몰두'
여야 합의에 국회의장 중재, 개정안 문제 있다면 모두 책임
유승민 대표 책임론 보다 '삼권분립' 회복에 더욱 주력해야

2015.06.28 19:21:24

[충북일보]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 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행동을 뜻하는 용어다. 무능력한 개인이 마음 속으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많이 발생한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여론조사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지난 25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700명·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7%p·응답률 6.4%)를 보면 찬성 46.8%와 반대 41.1%로 오참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찬성 58.4% vs 반대 31.5%) △부산·경남·울산(53.3% vs 31.5%) △경기·인천(46.0% vs 41.1%) △서울(44.7% vs 42.4%) △대전·충청·세종(44.7% vs 50.2%) △광주·전라(찬성 35.2% vs 반대 50.6%) 등이다.

리얼미터가 앞서 지난 19일 발표한 여론조사(17~18일 1천명·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표본오차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응답률 6.0%)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 47.7%와 '반대' 26.4%로 찬성여론이 앞도적으로 높았다.

당시 함께 조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긍정' 33.4%와 '부정' 44.8% 등으로 반대여론이 우세했다.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와 2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1주일 만에 국민여론은 국회법 개정안 찬성 우세에서 거부권 행사 찬반 팽팽으로 바꿔놓은 셈이다.

◇대통령 발언에 대한 평가는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몇몇 격정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배신의 정치', '국민이 심판해야' 등 마치 총·대선 과정에서 대규모 거리유세를 통해 들을 수 있을 법한 단어가 청와대 한복판에서 마구 쏟아져 나왔다.

이를 두고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표현이 거칠었다'를 비롯해 '왜 그렇게 격노했는가' 등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격정 발언은 일부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오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거부권 행사에 대한 찬반 조사와 별개로 박 대통령의 격정적 발언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면 여론의 향배는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번 발언은 곧바로 골수 지지층의 결집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과(過) 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퇴임 이후 수시로 회자될 가능성이 높다. 언론이 이번 연설문을 누가 작성했는지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친박 성향의 원외 인사들도 이 부분에 대해 "문제가 많았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의 선택은 옳았다"면서도 "다만,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하지 말고 더욱 낮은 자세를 보여주면서 앞으로 더욱 더 국회와 소통하겠다고 했어야 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승민 거취 따라 정국 분수령

새누리당 내 일부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승민 대표 퇴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 대표의 진퇴가 이달 말, 늦어도 7월초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유 대표 퇴진과 관련해 국민 여론이 한 곳으로 모아지지 않고 있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유 대표가 사퇴하면 향후 당·정·청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여야 협상을 통해 개정안을 마련했고, 정의화 국회의장까지 중재에 나섰다. 정 의장은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과 통화를 통해 조율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할 때 유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워는 행위는 향후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 당론이었지만,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의원들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 보지도 않은채 찬성표를 던진 행위에 대한 책임은 없는 것인지도 핵심 쟁점이다.

이제 당·정·청은 이번 사태를 서둘러 마무리 하고, 메르스 수습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유 대표 책임론에 매몰되거나 훼손된 삼권분립의 원칙을 회복하는데 나서지 않는다면 당·정·청은 그야말로 집단적인 '리플리 증후군'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서울 / 김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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