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선생

신종석의 에세이 풍경

2015.07.19 14:42:29

신종석

삼시세끼 밥을 해결 하는 것이 녹녹하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살아오는 동안 식사로 시작하여 식사로 마무리를 한다. 사람을 만나면 '식사 하셨어요?' 라는 인사가 기본이듯 식사는 우리의 일상이면서 삶의 연장선이다. 삼시세끼를 찾아먹는 일도 불과 얼마 전이라고 하면 잘살던 사람들은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때 는 제대로 된 삼시세끼 끼니해결이 어려웠다. 아침을 밥으로 먹었다면 점심은 찬밥이 남았으면 먹고 안 남았으면 굶었다. 저녁은 죽 아니면 국수 그나마 여의치 않으면 수제비로 연면하기가 일수였다.

요즈음 TV 채널을 켜기만 하면 요리프로그램이 판을 친다. 그것도 여자가 아닌 남자 들이 안방마님들을 홀리고 있다. 남자들이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가르친 부모님 말씀이 무색할 정도로 남자들은 스스럼없이 음식을 만들어낸다. 요리프로그램의 제목도 다양하다.

'삼시세끼' '오늘은 뭐 먹지?'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식사 하셨어요' '한국인의 밥상' 등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요리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나는 요리도 좋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감성과 그리움과 따뜻함에 더 마음을 두고 보고 있다. 밥상을 마주 하고 밥을 먹는다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하루를 끝내고 저녁에 가족과 함께 먹는 밥은 위로 받고 격려하는 휴식의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 시간이 있기에 우리는 다시 일할 기운을 얻고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최불암의 한국인의 밥상'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아름다운 풍경과 그 지방에 숨어있는 음식을 찾아내어 그리움을 함께 나눈다. 어머님이 해주시던 아련한 음식, 할머니가 좋아하셨다는 구수한음식, 돌아가신 남편이 즐겼다던 매콤한 음식,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먹었던 산나물, 들나물, 들이다. 추억이 담긴 음식을 만들면서 눈물이 맺히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함께 그리움에 들게 한다. 그런가 하면 이영자가 진행하는 '식사하셨어요' 는 방랑 식객으로 알려진 임지오 요리사의 감성이 담긴 이야기다. 자연에서 얻은 요리재료를 가지고 자연에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어 내 놓았을 때 감탄이 절로난다. 풀잎, 꽃잎, 돌, 나무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진 밥상 그 음식은 초대 받은 사람의 가슴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힐링의 시간을 보낸다. 음식을 통한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내는 따뜻하고 정겨운 프로그램이다. 내가 가장 즐겨보는 백종원 쉐프의 요리는 간단하고 쉽게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 집밥을 누구나 쉽고 만만하게 따라 할 수 있게 요리를 하는 것에 공감이 간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집밥 선생은 우리 어머니가 원조이다. 커다란 가마솥에 밥물이 잦아 들 때쯤이면 어머니의 마술은 시작 되었다. 가마솥으로 호박이 들어가고 가지, 호박잎을 넣기도 하며 양념한 된장이 얹어지기도 한다. 밥이 자작자작 뜸이 드는 동안 밥 위에 얹어졌던 먹거리로 애호박 무침과 가지무침 호박잎 쌈 그리고 풋고추에 양념된장이 밥상에 오른다. 어떤 날은 어머니의 가마솥에 계란찜과 새우젓이 익어 나오기도 하고 조기찜이 밥상에 올라오기도 했다. 감자 몇 알이 밥 위에 쪄지기도 하고 애고추가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나오는 날도 있었다. 어머니의 가마솥에서 마술처럼 나오던 각종 음식들로 우리의 어린 날은 배불렀다. 그때 먹었던 다양한 음식은 지금도 잊지 못할 집밥의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그 집밥을 선생으로부터 잘 배우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지금은 재현할 방법도 없어 졌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흉내를 내어 보지만 가마솥위에서 익어가던 밥 익은 냄새가 베어든 그 맛은 아니기 때문에 집밥 선생의 맥은 이제 끈기고 말았다고 선언 한다. 그리고 가마솥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해 본다.

오늘은 밥 익어가는 냄새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가족들을 기다리던 집밥 선생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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