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김수임을 아시나요

2015.07.21 13:34:09

김대종

청주시립예술단 사무국장

오래 전에 한 여간첩을 주제로 한 연극 한편이 제작 된 적이 있었다. 1997년 4월 동숭아트홀에서 올려진 연극 '나, 김수임'이 그 작품이다. 이 연극은 당시 극작가로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던 정복근씨가 대본을 쓰고 연출자로서 상종가에 있던 한태숙씨가 연출을 맡았다. 김수임 역에는 윤석화, 그리고 연인 이강국 역에는 한명구가 열연을 하였다. 표면적으로 다루기 쉽지 않은 주제를 무대 위로 끌어 올렸다는 것이 장안의 흥밋거리였다. 어려운 주제였던 만큼 연출자 한태숙은 여간첩 김수임이 아닌 한 여자로서의 김수임의 표현하고자 노력하였다.

오로지 한 남자만을 사랑했고, 그 사랑에 이용당하여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 여자 김수임은 1911년 개성에서 가난한 홀어머니 딸로 태어났다. 불과 11살의 나이에 팔려가다시피 민며느리가 되지만 그녀는 4년만에 야반도주를 하였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미국인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공부를 하게 되고 이화여전 영문과를 진학을 하였다. 졸업 후 그녀는 유창한 영어실력 덕분에 세브란스병원(현,연세대학병원)에서 외국인 의사의 비서로 취직을 하였다. 그러나 잘나가던 그녀의 운명은 경성제대 출신 이강국(1906∼1955)을 만나면서 서서히 비극으로 바뀌게 된다. 훤칠한 키에 이목이 수려한 이강국을 김수임에게 소개 시켜준 사람은 바로 친일시인 모윤숙이었다. 김수임은 인물 좋고 독일 유학파 엘리트인 이강국에게 마음이 쏠렸다. 그렇지만 공산주의 사상에 빠졌있던 이강국이 평양으로 가서 돌아오지않자 그녀는 당시 실세였던 존 베어드 대령(미8군사령부 헌병감)과 동거를 하게된다. 소식이 없던 이강국은 해방 후 공산당 거물이 되어 김수임 앞에 나타난다. 김수임은 남편 몰래 이강국을 만나 못다한 사랑을 나눈다. 1946년 좌익연합단체 간부로 활동 중인 이강국 체포령이 내려진다. 아울러 그와 긴밀한 관계가 드러난 김수임 또한 간첩행위로 체포하게 된다. 소위 '김수임간첩사건'으로 불려지게 된 이 사건에 그에게 붙여진 죄명은 국방경비법 제32조 '간첩이적행위'였다. 베어드 대령 그리고 이강국과의 '삼각관계'로 세간에 회자되던 인물로 6·25전쟁 발발 10여일전인 6월 14일∼16일까지 진행된 재판은 장안의 화제 거리였다. 당시 그녀의 체포는 그리 쉽지않았다. 왜냐하면 그와 동거중이던 베어드가 당대의 거물 실세였기 때문이다. 결국 당국은 친일시인 모윤숙으로 하여금 그녀를 집 밖으로 불러내게 하고 이 때 김수임 체포를 하였다. 이강국이라는 좌익 거물과 사랑을 나누었던 김수임이 세상에 어떻게 비춰졌을 지는 너무나 뻔한 일이였다. 재판 과정에서 아직도 이강국을 사랑하냐는 물음에 '아-니-요'라고 대답했다는 기사가 당시 주요 신문의 헤드라인으로 뽑혀 1면에 실렸다. 연극' 나, 김수임'에서도 그 대목이 클라이막스다. 그러나 당시 재판에 참여했던 이의 증언은 다르다. 그녀는 자기를 아껴준 모든 사람들을 위해 죽겠다고 했으며 여전히 이강국을 사랑한다고 답했다고 전한다. 결국 김수임은 6월 15일 군사재판에 의해 사형이 확정되고 6.25전쟁 발발 이틀 전인 6월 23일 총살형을 당한다.

주한미군 헌병사령관 베어드 대령에게 접근, 동거까지 하면서 이강국을 위해 남한의 군사비밀을 빼돌린 '붉은 여간첩' 김수임,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오직 사랑 때문에 간첩이 되었으나 결국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은 '가엾은 여인' 김수임…. 과연 김수임의 정확한 진실은 무엇일까?

*이강국은 1955년 미군첩자 협의로 북에서 처형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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