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원룸 건물주 "남은 빈방 어쩌나…"

개학 코앞…원룸촌 골목마다 '학생 모시기'
신축 선호·中 유학생 줄어 건물 운영 어려움

2016.02.22 19:25:20

[충북일보] 22일 오후 2시께 청주대학교 인근 원룸촌 인근 골목길 입구 등에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대학 인근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건물주인데 추운 날씨에 옷을 껴입고 길거리에 선 목적은 단 하나, 건물에 살 학생을 찾기 위해서다.

온종일 건물 주변 길거리에 나와 '대학생 모시기'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이 내는 임대료가 주 수입원인 이들에게 매년 2월은 1년 농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학생, 혹시 방 보러 왔어요?"
ⓒ충북일보 DB
건물주들은 건물 난간 등에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학생 등이 지나가면 어김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구하고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대학생 대부분은 방을 이미 구했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따금 방을 보고 싶다며 집주인을 따라나서는 대학생도 있었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금방 건물을 빠져나왔다.

알고보면 거리에 나온 건물주들은 최근 지어진 신축원룸보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건물주가 대부분이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해가 갈수록 건물에 살 대학생 구하기가 더욱 힘들다고 했다.

각종 전자제품 등 이른바 '풀옵션'을 갖춘 신축원룸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다가구주택 구조의 원룸은 학생들의 발길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14년째 원룸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여·68)씨는 "남들은 대학가 주변에 건물을 가지고 있다고 뭐가 걱정이냐고 하는데 정말 속을 하나도 모르는 소리"라며 "아직 건물 방이 반 정도 남았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물주는 "시설을 따지지 않고 싼가격만 보고 오는 학생들도 더러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줄었다"며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을 원하다가도 결국 계약은 신축원룸에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줄어든 중국인 유학생도 영향이 있다고 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의 경우 시설보다 비교적 저렴한 원룸을 주로 찾았는데 유학생 수가 줄면서 그 수요가 덩달아 줄었다는 것이다.

건물주 이모(45)씨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경우 시설이 조금 부족해도 저렴한 방을 선호했었다"며 "최근들어 중국인 유학생이 많이 줄어 더욱 어려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시설이나 규모, 옵션 등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 방값은 20만원대부터 40만원까지 다양하다"며 "가격에 고민하긴 하지만 조금 비싸더라도 최신식 건물을 선호하는 게 최근 분위기"라고 말했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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