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북한의 사이버 공격 안전지대 아니다

2016.03.27 13:44:46

김동수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도발수위를 높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력을 동원한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사이버테러와 고출력전자기파(EMP) 공격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보통신이 고도로 발전된 한국은 이런 공격을 받을 경우 타격이 엄청나게 크고, 특히 사이버테러는 보복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실제 2009년에는 북한으로 추정되는 해커에 의해 감염된 좀비PC 11만대가 정부기관을 비롯한 68개 인터넷사이트를 공격해 마비됐다. 2011년에는 농협 금융전산시스템이, 2013년에는 방송사와 시중은행들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피해를 입었으며, 2014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컴퓨터에 자료파괴 악성코드가 심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올 1월 4차 핵실험 직후 청와대 등 주요 기관을 사칭하는 악성코드가 내장된 이메일이 대량으로 유포됐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해 많은 준비를 해 왔다. 물론 사이버 대응 전담부서 신설과 전문인력 양성 등의 정책만으로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지만, 필자는 사이버 공격의 무서움과 중요성에 대해 국정운영자들이 공감하고 국가적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지방정부의 사이버공격 대응능력이다. 지역주민, 시민들의 일상에 가장 직접적인 서비스와 편익을 제공하는 지방정부의 행정시스템이 북한의 사이버 공격으로 마비된다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각 지방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기반 시설물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이루어질 경우 2007년 개봉 영화 '다이하드 4.0'에서처럼 도시 기능, 나아가 국가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다.

기존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금융과 언론을 제외하면 주로 중앙정부에 대한 것이었고, 정부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방어에 많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 달리 자치단체별 정보화 수준이 상이하고, 사이버 공격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 대응 수준도 매우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정보화 예산만 보더라도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1/3 이하 수준이며, 정보화 전문인력은 공공기관을 포함한 중앙정부 대비 1/13 이하 수준에 불과하다.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예산과 인력도 정확한 자료가 없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필자는 연초 벽두부터 시작된 북한의 무모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의 일련의 도발행위 다음에는 사이버 공격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 대상은 바로 우리 시민들의 삶, 현장을 유지시켜 주는 지방정부 행정시스템 또는 도시 기반시설관리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사이버공격대응 능력 지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방이 실패하여 피해가 발생할 경우 17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를 유기적으로 묶어서 대응할 수 있는 대응 체계 역시 시급히 정비되어야 할 문제이다. 특히 정부는 전자정부법 제55조에 명시된 "지역정보통합센터 설립"을 이행하여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정부의 사이버 대응 통제 능력을 배가시켜야 할 것이다.

관련 제도가 법적으로 명시돼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중앙정부관계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문제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복지부동 공무원에 대한 징계절차까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앞에 닥친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담당자들은 모두 자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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