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향악단의 발자취 - 마지막

2016.03.28 16:14:40

김대종

전 청주시립예술단 사무국장

한국전쟁 당시 숨어서 지내던 예술인들은 9.28 서울 수복을 깃점으로 서울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해군선무공작대'(훗날 해군정훈음악대)를 결성하고 11월11일 해군 창설 5주년을 기념하여 시공관(지금의 명동예술극장)에서 창립공연을 했다.

선무공작(宣撫工作)이란 전시에 점령지 주민들을 안정시키는 일을 일컫는데 해군에서는 문화예술을 통해 우선적으로 시도하였다. 해군선무공작대 창립 공연에는 관현악, 합창 등 약 100여 명의 인원이 출연하여 수도탈환을 기념하는 음악 축제를 열었다. 그러나 12월에 중공군 남침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예술인들이 부산으로 피난하여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해군정훈음악대로 명칭을 바꾼 해군선무공작대는 부산 피난 중에도 간간이 음악회를 열어 전쟁으로 지쳐있는 국민의 마음을 달래 주곤 하였다.

해군정훈음악대는 35회의 공연을 끝으로 1955년 해군교향악단으로 체제를 바꾸고 활동하다가 1957년 예산지원이 어렵게 되자 운영권을 서울시로 넘기게 되면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창단되었다. 초대 상임지휘자는 당시 미국에 살고 있던 김생려가 맡았다. 한편 1953년 부산에서는 육군군악대 김판기 대령이 주축이 되어 육군교향악단이 창단되었다. 1955년에 그동안 자체 공연활동에만 충실하던 육군교향악단이 18회 공연부터 임원식을 지휘자로 위촉하여 대외 연주활동도 시도하였다. 이 육군교향악단이 지금의 KBS교향악단의 모체이다. KBS교향악단은 1956년 봄에 40명의 단원으로 시작하여 그 해 가을 정식 KBS교향악단으로 출범하게 된다. 최초로 국가가 운영하는 교향악단이 탄생된 것이다.

이는 당시 공보실장으로 재직하던 오재경(吳在璟 ·훗날 공보부 장관)과 KBS방송 음악계장 김창구(金昌九·훗날 국립극장장)의 의지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였다. KBS교향악단은 1960년 민주당 정권 시 방송국으로부터 독립되어 한국교향악단이라는 이름으로 잠시 활동하긴 하였으나 공보부 장관으로 임명된 오재경 장관의 배려로 다시 KBS방송국으로 복귀하였다.

이후 1972년 국립교향악단으로 개칭되어 국립극장 소속으로 운영되었으나 1981년 다시 KBS로 복귀하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의 창단이 자극이 되어 1962년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창단되고, 1964년에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 1966년에는 인천시립교향악단, 1976년에 광주시립교향악단과 전주시립교향악단이 창단되고, 1982년 수원시립교향악단, 1984년 마산시립교향악단, 대전시립교향악단, 1985년에는 춘천시립교향악단 등이 창단되고, 같은 해 최초의 민간교향악단으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창단되었다.

지금까지 3회에 걸쳐 소개한 한국 교향악단의 발자취는 90의 나이를 바라보시는 한국 공연계의 원로이신 이상만 전 고양문화재단 총감독과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단원이셨던 고 원용성 선생님으로부터 보고 들어왔던 말들을 정리해서 올린 것이다. 올해 한국 교향악단의 역사는 90년을 맞는다. 운영비 마련을 위해 집 담보로 은행 대출은 기본이고, 연습장 임대료를 못내 쫓겨나기를 밥 먹듯이 한 선배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 교향악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1926년 중앙악우회로 시작한 한국의 교향악단은 현재 전국 약 40 여개의 시립 및 주요 민간 교향악단이 운영되고 있고, 매년 4월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교향악 축제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2016 교향악축제는 4월1일~22일까지 전국 19개의 교향악단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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