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음주운전 단속 현장 가보니…예고된 단속에도 '살인운전'

14일 밤 8시부터 11시까지 모두 30명 적발
경찰 "평소보다 50% 증가… 지속·강력 단속할 것"

2016.06.15 19:34:06

지난 14일 밤 8시40분께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의 한 아파트 인근 왕복 6차선 도로에서 경찰이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다.

ⓒ 박태성기자
[충북일보] "대대적인 음주운전 단속이 있다고 예고까지 한 상황인데 설마 단속되는 사람이 있을까요?"

지난 14일 청주지역 음주단속에 나선 한 교통경찰의 말이다.

이날은 전국 규모 경찰의 음주 일제단속이 예고됐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현장 교통경찰관들 역시 '설마 적발이 되겠느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평소보다 50% 많은 음주운전자가 적발되는 등 그 결과는 참담했다.

14일 밤 8시께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의 한 아파트 왕복 6차선 도로에서 형광색 조끼를 입은 의무경찰·교통경찰들은 견광봉과 음주측정기를 손에 들고 단속을 벌이고 있었다.

다소 이른 시간이지만 단속이 예고된 상황이다 보니 대부분의 시민들은 거부감 없이 협조했다.

"여기 단속 됐습니다."

1시간가량 진행된 단속에서 몇 차례 '삐'하는 감지 음이 울려 퍼졌다.

다행히 구강청결제를 사용하거나 진한 향수를 사용한 운전자로 음주운전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창환 청주상당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위는 "구강청결제나 향수 등에 음주단속기기가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며 "우선 측정기가 반응한 상황이어서 재차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로변 단속 시에는 그런 일이 없지만 좁은 도로 등에서 단속할 때 그대로 달아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럴 경우 대원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밤 9시를 조금 넘어서까지 단속 실적은 없었고 경찰은 인력과 한국병원 인근으로 단속장소를 옮겼다.

단속을 벌인지 얼마나 지났을까. 순찰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인근 교차로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단속됐다는 무전을 확인, 적발된 운전자를 단속 거점에 있는 경찰 측정버스로 이동시키기 위한 순찰차였다.

5분여가 지나 모습을 드러낸 A(55)씨는 한 눈에 봐도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경찰 버스에서 측정된 A씨의 음주수치는 0.154%, 만취상태였다.

밤 9시가 넘은 시간 A씨는 '부모님 산소를 찾아가던 중이었다'며 목소리를 높여도 보고 억울함을 토로해보기도 했지만 음주운전 사실이 확인된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어진 단속에서 추가 적발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단속이 마무리 된 밤 11시께까지 경찰 무전을 통해 적발소식이 속속 들려 왔다.

이날 도내 전 지역 일제단속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인원은 모두 30명(취소 12명·정지 18명)에 달했다.

이는 평소 단속보다 50% 늘어난 적발 건수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전에 단속이 예보됐음에도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사실 당황스럽기도 하다"며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관광지와 유흥가 등 도로에서 수시 단속을 벌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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