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순간

2016.07.31 13:39:02

신종석

남편이 사진 동우회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며 보라고 한다. 지는 해를 찍기 위해 오랫동안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고 한나절을 기다린 끝에 근사한 일몰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한다. 일몰의 풍경이 처연하도록 아름답다. 절정이다. 일출보다 일몰이 더 붉고 아름답다는 것은 익히 알지만 오늘의 사진은 더욱더 처연하다. 빛이 숨어버리고 피를 토하듯 먹빛을 띤 붉은 기운이 뭉크의 작품 '절규'의 배경인 하늘빛을 닮았다. 절정은 절규의 다른 말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뭉크의 절규를 보면서 내내 가슴이 쓰린 것처럼 지는 해를 보면 가슴이 먹먹해 진다. 하루를 잘 보냈다는 안도감과 무엇인가 잘못한 것이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사진속의 지는 해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 붉던 해는 어느 사이로 숨었는지 형체 없이 사라지고 허망함이 온몸을 스멀스멀 어둠과 함께 덮어 버리고 나면 모두를 잃어버린 듯 두렵기만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해가 지면 어둠이 찾아오고 기다리면 밝은 아침이 오듯 삶 또한 명암의 연속이다. 결국 절정 뒤에는 절규가 뒤따를 것 같은 불안감은 나만이 느끼는 것 인지 모르겠다.

절정의 풍경 앞에 숙연했던 나는 과연 나의 삶에서 절정이 언제였나 생각해본다. 내 삶의 절정은 언제 일지 몰라 기대와 희망으로 기다리며 살아온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절정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거나 나도 모르게 절정의 순간이 지나가버렸는지도 모른다.

몇 년 전에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 자주 음악회 관람을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것도 아니지만 지인의 초대로 관람석에 덤덤히 앉아 있었다. 아름다운 선율이 가슴을 파고 들 때 쯤 찬찬히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진지한 연주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무대 중앙 가장뒷줄 팀파니 앞에 있는 연주자가 눈에 들어 왔다. 저 연주자는 크게 오케스트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듣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악기가 화음을 이루고 아름다운 선율이 연주되는 동안 그는 두 눈을 반짝이며 아주 진지하게 지휘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긴장된 모습에 나도 은근히 긴장되어 손에 땀이 배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 박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집중하던 그가 힘차게 팀파니를 두드리던 순간 나는 숨을 훅 하고 내뱉었다. 힘차게 두드리던 어느 순간 소리가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게 두 손을 벌려 팀파니를 꽉 잡고 소리를 잡아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 것은 절재였다. 음악에 문외한이던 나는 그 모습에 눈물이 울컥하고 솟아올랐다. 그가 잠깐의 연주를 위해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까? 연주하는 동안 귀를 열고 박자를 타며 지휘자의 싸인을 기다려 힘차게 두드리는 한 순간이야 말로 절정이 아니고 무엇인가· 절정의 순간을 위하여 그가 노력한 시간과 땀방울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절정을 이루고 있던 순간 또한 그 소리를 재우기 위해 혼 심의 노력을 하는 그 앞에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절정이라는 낱말을 떠오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작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쓴 스펜서 존슨의 다른 작품 '피크 앤드 밸리'가 가장 적절한 답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삶의 절정에서 오래 머물러 있으려면 겸손하게 처신하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이 책에서 권유한다. 인생에서 전성기와 침체기를 터득하는 지혜를 주는 자기 계발서 라고 말하고 싶다. 그는 이 책에서 "인생의 절정은 내가가진 것을 생각하는 순간이다. 인생의 나락은 내가 잃는 것을 그리워하는 순간이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의 삶의 절정은 늘 내 곁에 있으며 나는 늘 절정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더위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이번 휴가에는 스펜서 존슨의 '피크 앤드 밸리' 라는 책을 한 권 가방에 넣어가길 바란다. 읽으면서 인생의 절정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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