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가축도 '기진맥진'…속 타는 농심

무더위 지친 젖소들 사료섭취 감소… 우유 생산량 ↓
지난 5월부터 닭 3만3천266마리·오리 700마리 폐사
잇따른 가축 집단 폐사에 속수무책, 농민들 울상

2016.08.10 19:57:45

10일 오전 11시께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한 축사에 더위에 지친 젖소들이 대형 선풍기 인근에 모여 있다.

ⓒ박태성기자
[충북일보] "계속되는 무더위에 젖소들이 잘못되지나 않을까 속이 탑니다."

낮 최고기온 35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온열환자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무더위가 소·돼지·닭 등 가축 등 동물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집단 폐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별다른 대책이 없는 농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속만 태우고 있었다.

10일 오전 11시께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젖소 농가 축사 안에는 젖소들이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해 그늘진 곳에 몰려 있었다.

몇몇 젖소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별다른 움직임 없이 기진맥진했다.

곳곳에서 대형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지만 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근 축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축사 내 대형 선풍기를 틀고 연무시설로 물까지 뿌려주지만 소들은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농가 소득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더위 탓에 젖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사료섭취량이 줄어 우유 생산량은 반토막이 났고 그마저도 신선도 등이 떨어져 소득에 타격이 되고 있다.

게다가 번식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새끼를 낳더라도 어미소 회복이 더뎌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모(여·51)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 소들이 밥도 잘 먹지 않아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사람도 힘든데 말 못하는 동물은 오죽하겠느냐. 개방된 구조의 축사에 에어컨을 틀어줄 수도 없고 답답한 마음"이라고 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축 사육농가는 △한·육우 5천905곳 △젖소 300곳 △돼지 266곳 △닭 239곳 △오리 120곳 등이다.

폭염이 시작된 지난 5월 22일부터 현재까지 닭 3만3천266마리와 오리 700마리, 돼지 2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보험심사 중인 폐사 가축이 폭염으로 인한 폐사로 판정받으면 피해 규모는 13만6천여 마리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닭·오리 등이 집단 폐사하는 등 무더위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닭 등 조류의 경우 몸 전체가 깃털로 쌓여 있는데다 땀샘이 발달되지 않고 입을 통해서만 호흡하기 때문에 체온 조절이 어렵다.

게다가 복날 등 보양음식 대목인 여름을 맞아 일부 양계농가에서 적정 면적보다 많은 수의 닭을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고열에 취약한 닭 등이 계속된 무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집단 폐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도 관계자는 "비닐하우스 형태로 닭 등을 사육하는 재래식 농가가 폭염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 상황"이라며 "중소가축 축사환경개선이나 연무소독시설 지원 등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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