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 딜레마 (The lemming Dilemma)

2016.08.15 15:17:41

김정일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청소년문화복지과 교수

요즘같은 정형화된 일상에서 '나의 목표는 무엇이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하는가?' 남들이 하니까 나도 따라하게 되고, 부모님이 하라니까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참으로 서글픈 인생일 것이다.

레밍이란 동물이 있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툰드라나 황야 서식하는 쥐과(科)의 동물이다. 몇 년마다 크게 증식해 이동하므로 나그네 쥐라고도 한다. 레밍은 우두머리 쥐를 따라 맹목적으로 달린다. 앞의 쥐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더라도 뒤를 쫓는 쥐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함께 죽는다.

누군가가 옳다고 하면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따라가는 현상을 레밍 딜레마라고 한다.

논술과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한다고 하면 무조건 독서가 중요해진다. 특목고에서 좋은 대학을 잘 보낸다고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특목고로 몰린다.

하지만 잘못된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독서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독서를 많이 한다고 꼭 글을 잘 쓰는 것을 아니다. 독서가 논술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학습 목표를 세울 때 다른 학생의 목표가 반드시 나의 목표와 같을 수는 없다. 영어실력이 중학교 수준밖에 안 되는 고등학생은 과감히 중학교 교재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 반에서 중간 정도 하는 학생이 다음 달에 전체 일등을 목표로 하거나, 체력이 좋지 않은 학생이 네 시간만 자고 공부하는 목표를 세우는 것은 나만의 목표를 세운 것이 아니다. 나의 현실을 바로 보고 나에게 맞는 목표를 세워야만 그 목표를 위해 땀을 흘릴 수 있다.

현대인의 삶은 무작정 달리기 시작한 레밍과 같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사람들은 나보다 앞서기 위해 미친 듯이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 경쟁의 끝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지 않으며 물을 여유도 없다. 그 결과 지친 어깨 위로 되돌아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허탈과 좌절과 실망뿐이다.

교사든, 학부모든 변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변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현장과 학부모들의 교육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학부모의 의식이 변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개인적 의견을 존중받아야 할 독립된 인격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모들의 욕심만 앞세워 자녀들을 과열경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녀의 미래야 어떻든 당장 성적만 오르면 그만이라는 학부모들의 그릇된 인식 앞에서 아이들은 의존적이고 수동적이 '티쳐보이'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여유를 갖자.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보자. 나를 발견하고 내 안에 감추어진 보물을 찾아내자. 그리고 그 감격의 기쁨으로 청소년들의 감추어진 보물을 찾아내어 희망을 심어주자.

감추어진 보물을 통하여 창조적인 점프를 만들어 냄으로써 자신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를 자문해 비전을 찾아야 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목표와 비전이 없다면 레밍들의 맹목적인 자살처럼 벼랑으로 돌진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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