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淸廉), 아픈 만큼 성숙해 집니다

2016.11.02 16:16:23

김태윤

청주시 상당구 주민복지과 사회복지팀 주무관

"사사로운 편지는 뜯어보지도 않는다."

목민심서 율기6조 병객에서 조선 정조 때의 청백리로 유명한 유의(柳誼, 1734~미상)선생과 관련된 명언이다. 유의가 홍주목사로 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금정역의 찰방이던 정약용은 공사(公事)를 의논하기 위해 유의에게 편지를 보냈으나 답장이 없어 궁금해 했다.

이에 정약용은 직접 유의를 찾아가 "왜 답서를 하지 않았소?"하고 물었다. 유의는 "내가 벼슬살 때는 본래 편지를 뜯어보지 않소"하고 대답했다.

이에 약이 오른 정약용이 시동(侍童)에게 명령하여 편지통을 쏟게 하였는데, 뜯지도 않고 수북이 쌓인 편지가 가득이었다고 한다. 사사로운 편지는 대부분 나랏일에 관한 사사로운 청탁성 편지라 뜯어보지도 않았던 유의선생의 신중함과 청렴함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일화이다.

공직자에게 있어 청렴이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이다.

청렴의 실천이라는 것이 본래 타율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행하였을 때 그 의미가 더 빛나는 것이지만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부정부패의 뿌리를 하루라도 빨리 뽑아내기 위해서는 자율적 실천을 기다릴 여력이 없다.

이에 지난 2015년 3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제정되었으며 올해 9월28일 본격 시행되었다. 시행 초기부터 전 국민의 화두가 되었으며, 직원들 사이에서도 청탁금지법과 관련된 얘깃거리는 핫 이슈였다. 시행 후 한 달,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매출 하락 및 연쇄 도산, 사회상규와 법 적용의 괴리로 인해 뜨거운 감자였던 청탁금지법 1호 신고 '대학교수 캔커피 사건' 등 법 시행초기의 혼란은 존재했지만 향후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벌써 우리사회는 크고 작은 변화들로 청렴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더치페이 문화가 그 중 하나이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모임에서 "자신이 먹은 것은 각자내자"는 풍속이 확산되고 있다. 대다수의 선진국에서 더치페이는 합리적 문화로 정착해 부정부패 척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니 우리사회의 더치페이 문화 확산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국내 경제 위축 또한 법 정착에 따르는 성장통으로, 오히려 장기적 관점에선 국가경쟁력 향상 등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특히 국민권익위원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패지수가 낮아질수록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대체로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관점이 잘 나타나 있다. 뇌물로 인한 사회적 비용보다 사회 투명성에 따른 경제적 효율이 더 크다는 견해인 것이다.

나는 공무원으로서 '청탁금지법'이 부정부패가 없는, 청렴하고 깨끗한 우리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을 "준비되지 않은 엉터리 법이다"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이는 법 시행 초기라 각종 사례를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지침이 나오지 않아 나오는 일시적인 볼멘소리일 것이다. 어떤 법이 처음부터 톱니바퀴 맞물려 돌아가듯 완벽하겠는가? 초기에 혼란은 많은 이의 우려와 달리 일시적으로 끝날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듯, 앞으로 피어날 청렴의 꽃은 눈부시게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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