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法治)가 아닌 인치(人治)의 결말

2016.11.13 14:36:12

이승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온 나라가 최순실 모녀로 쑥대밭이 되었다. 최씨의 기사가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각국은 우리나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격을 떨어뜨리는 나라 망신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국민들은 연일 터져 나오는 비리와 부패 행각을 보며, 실망과 분노를 넘어 좌괴감 속에서 갈 길을 잃었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우리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권력으로 국민이 주권을 잠시 위임해 주는 직위에 불과하다. 그런데 오늘날의 상황은 어떠한가? 삼권분립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로 모든 권력은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고, 그런 대통령은 비선, 그것도 절친하지 않다던 최순실에게 취임 이후에도 국가 통치철학의 요체인 각종 연설문과 외교·국방·인사 상 기밀을 넘겨주고, 주요 국정현안에 의견을 구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대한민국 청와대의 비서진, 국무위원들의 능력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최씨의 능력이 너무도 뛰어난 것일까?

국가는 대통령과 일부 비서진, 국무위원에 의해서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치에 기반한 국정운영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다. '진실된 사람'을 찾을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을 위해 치열한 토론과 합리적 결정으로 국정운영이라는 중대한 책무를 이행해나가야 한다.헌법이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 이유도 공무원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법치행정'의 시스템으로 보좌하라는 뜻이다. 국정운영은 비선이 아니라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 통치시스템 속의 건전한 공직자를 통해 수행되어야 한다.

MB 정부 시절에도 4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왕수석 등의 측근비리로 사과한 바 있다. 4년여가 지난 지금 또 우리 대통령은 비선 실세 논란으로 사과를 하였다. 그러나 MB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며, 단순히 측근의 비리가 아니라 '국기문란'을 넘어 민주공화국이라는 '국기'의 '붕괴'에 이르렀다.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으로,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공정사회에 대한 믿음이 깨졌고, 대한민국은 불신과 절망의 늪에 빠졌다. 그리고 이것은 법치가 아닌 인치, 관계에 의한 법집행의 참혹한 결말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전대미문의 대국민 사기극이 되었고, 국민들은 그들의 사리사욕에 찬 농단에 놀아났다. 그러나 권력의 사유화, 인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진실은 가려질 뿐 드러나기 마련이다.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해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하는 선서를 한다. 대통령은 과연 이 엄숙한 선서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언제쯤 우리나라에 올바른 법치(法治)가 뿌리내릴 수 있을까?아마도 그 길은 제도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봉쇄함에 있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이 존재하는 한 국민을 거리로 내모는 참혹한 인치(人治)의 결과는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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