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후원금, 깨끗한 정치로 나아가는 디딤돌

2016.11.20 21:21:55

이종민

청주시청원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작년 이 맘 때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할까'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정치인과 재벌이 불법정치자금으로 얽힌 정경유착과 그에 관계된 언론인과 조폭의 이야기를 다룬 '내부자들'이라는 영화에 나왔던 대사였다.

오만과 독선에 찬 재벌이 부패한 정치인 및 언론 등 공공의 권력과 어울려 만들어내는 타락상으로 가득했던 영화 내용은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한편으로는 정치인이 부당한 유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영화 속 상황이 혹시나 현실 세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과 걱정이 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기도 했다.

사실 정치인이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선거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정책 개발을 위한 조사활동을 하거나 지역구의 사무실을 운영하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그러니 정치를 시작할 때는 깨끗한 정치를 다짐했던 정치인이라도 점차 검은 돈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만약 유혹에 넘어가 기업체나 이익단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게 되면 정치인은 특정집단의 눈치를 보게 되기 마련이고, 당연히 국민을 위한 정책보다는 특정집단의 이익에만 귀 기울이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정치자금에 있어서 특정집단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정당·정치인에게 최소한의 활동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깨끗한 정치, 즉 특정기업이나 단체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자금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자금법'을 통해 법인이나 단체의 정치자금기부를 전면 금지시키고, 대신에 국민 개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정치자금 후원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소액다수의 깨끗한 정치후원금 기부문화'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 동안 많은 폐단을 가져왔던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정치후원금은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 정치인에게 후원회를 통하여 기부하는 후원금과 개인이 선관위에 기탁한 후 선관위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정당에 국고보조금 배분비율에 따라 지급하는 기탁금이 있다. 이 중 기탁금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도 기탁이 가능하다. 인터넷상의 정치후원금센터를 이용하거나 가까운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해서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으며, 카드사의 신용카드 포인트 기부제도를 이용하면 카드 포인트로도 기부가 가능하다. 또한 연말 정산 시에 1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되고, 1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치인을 표현하는 말 중에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있다. 그만큼 많은 검은 돈의 유혹 속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이 정치인이다. 하루아침에 이런 정치 환경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국민의 작은 정성으로 모인 정치후원금이 투명한 정치자금을 만드는 디딤돌이 되고, 이를 통해 국민이 정치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면 분명 우리의 정치 환경은 이전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검은 돈에 휘둘리는 정치판의 부정부패가 영화 속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될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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