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도 스토리다

2016.11.17 15:10:21

신현준

현대백화점 충청점 판매기획팀장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집에서는 두꺼운 옷들을 챙기고 세탁소에도 다녀왔다. 보일러를 점검했고, 지난 주에는 김장도 했다. 달력에서의 계절보다 조금 일찍 생활의 겨울은 진행 중이다.회사에서는 이보다 일찍 겨울이 시작됐다. 추석이 지난 시점부터 전년 겨울의 기간별 날씨, 주차별 실적을 돌아보고 올해 유행할 트렌드와 아이템을 점검한 후, 테마를 세워 월별 운영할 컨텐츠를 확보하기 시작한다. 11월 지금, 백화점은 늦가을과 수능, 크리스마스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겨울에 또 준비하는 것은 '나눔'이다. 나눔과 기여는 특정한 기간을 정하지 않고 연간 대상에 따라 예산과 컨텐츠를 분배한다. 마련된 계획에 따라 예산 투입과 봉사활동을 하는데 날씨가 추워지면 보다 더 포커스를 맞춘다.

영업활동과 마찬가지로 겨울철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몇 년간, 그리고 올해 활동을 리뷰 해봤다. 병원과 함께한 소아암 환우 돕기, 전통시장 활성화, 저소득층 지원사업, 지역별 기관과 함께한 팀별 봉사활동, 헌옷 기부활동 등. 리뷰를 해보고 올해 진행할 방향을 잡았다.

'2016 따뜻한 충청만들기'. 올해 연말 충청점의 나눔 컨텐츠 테마다.'2016'이 들어간 것은 지난 2013년에 한 번 했었던 경험이 있어서이고, 다시 진행한 것은 그때의 여운이 남아서 이다.

추진한 배경은 그 동안 기부와 나눔은 다소 무겁고, 두껍고, 금액 또는 봉사활동에만 편중된 경향이 있어서 '이걸 문화화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기부 문화라는 용어는 있지만, 좀더 잘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재미를 통한 문화적 스토리가 있으면,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추론을 해봤다.

방법은 우리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애장품을 기부받아 일반 고객에게 판매해서 그 수익금을 전액기부 하고 백화점이 추가로 더 기부하는 것인데, 그 애장품이 만약 소중한 스토리가 있다면 기부하는 마음도 깊이가 더해질 것이고 사는 고객도 저명인사의 스토리가 더해진 애장품이라면 소장 가치도 있을 것 같다는 가설을 내세운 것이다. 지난 2013년에 좋은 평가와 관심, 성과가 있었다.

올해도 2013년의 기억을 되살려 열심히 전화 돌리고, 공문도 작성하며 발품을 팔았다. 그 결과 많은 분들께서 흔쾌히 동참해 주셨고, 일정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은 다음을 꼭 기약하셨다. 애장품을 기부하신 분들의 스토리를 읽어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이며 구매의 동기부여다.

지역 상품인 식기를 통해 밥상에 웃음 꽃이 피기를 원하는 소망을 담은 그릇, 단재 신채호 선생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중국 유적답사 기간 중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 있는 연변대학에서 받은 기념품, 첨단 기술 체험을 통해 도시가 발전되기를 염원해서 기부한 드론, 군대간 아들이 적적해 하실 아버지를 위해 선물한 블루투스 스피커, 싱글 이라는 작은 성공을 맛보게 해줬기에 구매하는 이에게 성공의 기원을 담은 퍼터까지 그 종류와 마음 씀씀이가 다양하고 깊었던 애장품이요, 스토리였다. 거기에 올해는 고객들의 선의가 담긴 기부물품까지 소중히 받아 행사를 준비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좀 지났지만11월 초에 진행했던 첫 날, 대부분의 상품이 팔렸다. 특히 스토리가 담긴 애장품은 더 빨리. 구매하신 분들은 스토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고, 구매한 애장품들이 좋아 '득템'을 했다며 기뻐했다.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좋은 일, 의미 있는 일, 나눠야 할 일도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기획을 하는가에 따라 관심과 일의 성패 좋은 가르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활 속에서 하고자 하는 자기 영역에서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만들자. 그러면 스토리처럼 좋은 결실도 오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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