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리

2016.12.01 15:09:08

신현준

현대백화점 충청점 판매기획팀장

겨울이 되면 내겐 새로 생기는 품목이 두 개 있다.

크리스마스에 와이프와 나는 매년 선물을 서로 사준다. 학교 다닐 때 했던 일종의 선물 교환식(?) 인데, 나는 4년 전부터 야구모자를 선택한다. 선물을 받는 것이지만, 난 내가 받을 선물을 지정한다. 야구모자는 지금까지 4개이고, 올해가 지나면 5개가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목도리다. 목을 따뜻하게 해줌과 동시에 겨울의 작은 맵시로 폼나게 해주는 아이템이다.

나는 목도리를 좋아한다. 내게 추위는 세 군데를 통해 접해진다. 다리와 손, 그리고 목.

추위를 잘 타는 나는 이 세 군데를 집중적으로 커버한다. 그 중 목도리는 가장 신경쓰는 품목이다.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폼을 내며 다가올 때나, 슬근슬근 내게 침투하려 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차단해주는 방패역할을 한다. 목을 단단히 감싸줄 뿐만 아니라 더러는 귀까지 덮을 수 있다. 그리고 운전을 하거나 버스를 탈 때는 허벅지부분을 덮어주기도 하니 보온이라는 기능상의 역할을 제대로 해줌과 동시에 두터운 아우터로 몸을 휘감고 있는 40대의 겨울 겉 패션에 조금이나마 포인트를 줄 수 있으니 내겐 겨울의 필수 지참물이 된다.

내 기억으로 첫 번째 목도리는 어머니께서 손수 털실로 짜주신 것이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의 일이다. 다소 거친 굵은 털실이지만, 겨울을 준비하시면서 어머니께서는 둥근 털실 더미 몇 개를 안방에 펼치시고 길고 가느다란 두 개의 나무로 찬송가 테이프를 들으시면서 한땀 한땀 정성과 사랑으로 짜주셨다. 아버지와 형들 것이 다 된 후에야 또는 할머니 스웨터가 다 짜진 후에야 내 차례가 오기 때문에 놀다가 들어올 때마다 진도를 확인하고 아직 한 참 시간이 걸릴 것 같으면 풀이 죽곤했다. 그러다가 다른 털실 색깔로 짜시면서 "현준아, 이 색깔 어떠니· 네 것은 하얀 색과 보라색을 섞어서 해 보려 해. 좀 더 예쁜 걸로" 하고 다소 늦어짐에 미안하셨는지 아니면 수요 예측이 벗어나 추가로 수예점에서 털실을 사시면서 같은 색이 없었기에 다른 것으로 택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게 더 특별한 털목도리를 짜주시는 거라 생각하면서 "엄마, 너무 좋아. 언제 돼·" 하면서 기뻐하곤 했다.

그런데 정작 다 짜놓으신 목도리를 착용할라치면 예쁜 색깔이 아까워서 정말 추울 때 사용하려고 아껴두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추워져서 그 목도리를 휘감고 밖으로 나갈 때는 거울을 몇 번 더 보고 왠지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았다. 나가서 자랑도 하고..

그렇게 어머니의 사랑이 담기고 기대가 되었던 목도리였기에 지금도 목도리를 생각하면 추운 겨울 날 허리를 굽히시며 평안한 음악과 함께 고개를 숙이시고 가족들 생각에 사랑으로 떠 주시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그래서인가. 매년 목도리를 살 때는 다른 비싼 어떤 것보다 더 신중하게 고르곤 한다. 예전의 그 것과는 비교 안 될 정도로 보드랍고 다양하게 멋진 것들이 있지만, 어릴 때를 생각하면서 어떤 것이 겨울보다 더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것인지가 구매 포인트가 된다.

이제 겨울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목도리를 하나 사고, 또 하나 사야겠다.

그리고, 부모님께 한 번 더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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