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과서 한자표기 공청회를 보고

2016.12.04 15:48:41

이찬재

수필가·전 달천초 교장

2015개정교육과정에 초등교과서 한자표기 방안 연구내용을 토론하기 위한 최종공청회가 서울대 호암 교수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지난해 교원대학교에서 열린 2차 공청회에도 한자병기를 주장하는 충주지역인사 40여명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공청회 장소인 교원문화관 앞에는 상복을 입은 사람과 상여를 놓고 장례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한글이 죽었다고 장례를 치르며 행사를 방해하여 약 40여분 늦게 공청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거센 반대에 밀려 교육부는 결정을 못하고 해를 넘겼었는데 이번엔 한자표기연구결과를 토론하는 자리였습니다. 올해도 토론장 입구에서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며 반대발언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작시간이 되자 토론장 앞에 피켓을 들고 나타나 서로 옥신각신하며 소란을 피워 지난해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찬성 측에서 자리를 양보하고 서서 참관하는 모양새로 겨우 토론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김동일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하였으며 공동연구자인 신명선 교수(인하대)와 김남옥 교수(경인교대)의 연구내용발표를 듣고 여섯 명(박용규 교수, 안재철 교수, 이건범 대표, 김창진 교수, 한희정교사, 김연옥교사)의 지정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휴식을 갖고 참석자의 질문과 의견을 듣는 종합토론으로 예정시간을 훌쩍 넘기고 토론회를 마쳤습니다.

두 번에 걸친 공청회를 지켜보면서 토론문화가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충주로 돌아왔습니다. 황하문명보다 수천 년 먼저 꽃피었던 요하문명의 유적이 발견되면서 동이족이 한자를 만들어 썼다는 사실을 중국의 학자들도 인정하였기 때문에 한자는 우리조상의 글자였음에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갑골(甲骨), 금문(金文), 전서(篆書), 예서(隸書)로 변천해오다가 오늘날 사용하는 해서(楷書)체가 한나라 때 완성되어 한자(漢字)라 하는 것입니다. 한자는 중국만의 글자도 외국어도 아닙니다.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훈민정음은 소리글로 가장 과학적이고 배우기 쉽고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어 훌륭한 글자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세종께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밝혔듯이 뜻글자인 한자는 쓰지 말고 한글만 사용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음을 나타낸 한글로만 써 놓으면 그 뜻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46년 째 한글전용정책을 펴오고 있습니다. 한글을 깨쳐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는 있어도 그 뜻을 몰라 혼동하고 글을 읽어도 문해력이 뒤지고 있습니다. '기념식수'라 쓴 한글 푯말을 보고 먹는 물인 식수(食水)로 알고 "아빠 이게 왜, 식수야?"라고 물었는데 한자를 안 배운 아빠는 설명을 못해주는 것이 우리문자생활의 현실입니다. 청남대(淸南臺)를 대학으로 알고, 구제역(口蹄疫)을 지하철역으로, 복상사(腹上死)를 절이라합니다. 초등학생에게 왜 한자를 가르쳐 학습 부담을 주느냐고 하는데 언어의 인지발달단계를 보면 어휘력이 급격히 증가하는 초등학교 시절에 한자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초등학생에게 한자를 가르쳐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전과 전통문화를 계승발전 시키고, 사람의 마음을 살리는 인성(人性)교육은 어린 시절에 성현의 말씀을 한자를 통해 가르치면 감동하기 때문입니다. 동양 문화권에서 한글전용만 고집하면 문화선진국이 될 수 없으므로 8차 교육과정에서는 필요한 한자교육을 통해 문화융성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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