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아그라와 모유수유 촉진제의 연관성

2016.12.05 17:37:35

한정호

충북대병원 내과 교수

 청와대 의무실에서 '비아그라'를 대량 구매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일부에서는 성적인 의혹과 농담으로 치부됐지만 'off-label' 처방, 즉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된 용법 외에 의사의 판단에 의해 사용되는 '약물의 허가초과 사용'에 대한 논란도 불이 붙었다.
 비아그라(성분명-실데나필)는 고혈압과 협십증에 대한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예상치 않은 부작용으로 남성의 발기부전에 사용되면서 대중에게는 더 잘 알려지게 됐다.
 또다른 용법으로 기존 고산병 예방약인 다이아목스에 비해 '실데나필'이 부작용도 적고 효과도 좋은 것으로 산악인들 사이에 알려져 널리 사용되어 왔고, 상당한 근거들이 축적됐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후반 일반인의 히말라야 단체 트래킹이 유행하면서 많은 처방과 구입이 있어 왔으며, 이는 모두 식약처의 '실데나필' 허가사항에는 없는 '허가초과 사용'이다.
 물론 전 국민 의료보험을 적용할 정도의 근거가 없는 논란이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허가초과사용'을 불법으로 막으면, 두통약으로 허가를 받은 '타이레놀'을 복통에 사용하면 처벌하겠다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정부가 나서 '실데나필'의 '허가초과 사용'의 범위에서 고산병 예방효과가 있을 강변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모유를 먹이고 싶어 하는 엄마들을 위한 모유수유촉진 목적으로 소화제(돔페리돈)를 '허과초과 사용'하는 것을 불법화해, 국회의원과 의학 단체가 고소·고발까지 진행 중이라는 정반대의 상황을 아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수유모에게 돔페리돈을 처방해 신생아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의사들이 국내에 수 없이 많다고 성토했다.
 물론 돔페리돈은 심장부정맥이 있는 환자의 부정맥을 악화시킬 수는 있지만, 이는 고용량의 성인 환자 사례다. 그래서 '모유수유 시에는 꼭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 하에 돔페리돈을 복용해야 한다'는 유럽 식약처의 권고문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전문가가 신생아에게 끼칠 이해와 손해를 고려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식약처는 국회의원의 지적이 금과옥조인지, 실제 약을 처방하는 전문가의 의견과는 반대로 '모유수유 중 산모는 '돔페리돈'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고지했다. 기존의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모유수유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어머니를 위한 유일한 유즙촉진제인 돔페리돈을 한국에서는 처방 의사를 불법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나라인가'라는 자조 섞인 유행어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앞에서 밝혔듯이 수유를 하고 싶은 엄마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함이지, 비아그라의 사용처에 대해 논란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굳이 논란의 청와대 비아그라와 비교한 이유는 법리적으로 'off-label'사용이라는 같은 사안인데,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고산에 안가거나, 다른 선택약이 있는)이 넓은 '실데나필'의 고산병 예방 목적 '허가초과 사용'에 대해서는 관대한 정부의 입장에 비해 모유 수유를 위한 다른 선택 약제가 없는 상황의 엄마를 위한 소화제(돔페리돈)에 대해 너무도 가혹한 식약처의 입장이 확연하게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최순실 씨 손녀의 모유수유를 위해 '돔페리돈'을 처방했더라면 우리 공직자들의 입장은 어떠했을까.
 수백만의 촛불은 대통령만 바꾸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잣대에 따라 대학을 가고, 사업을 하고, 취직을 할 수 있는 사회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이고 모여 촛불을 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나라이려면 가짜 전문가가 통치와 이권에 개입해 국민의 삶을 망치지 못하도록 진짜 전문가들이 책무를 다해야 한다.
 국민의 촛불이 인기와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쇼 닥터, '리틀 최순실'들에게 경고가 되기를 바라며 모성보호를 위해 고소·고발까지 감수하는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선생님들께 감사와 함께 우리 사회 곳곳에 정의의 빛이 스며들기 바라는 마음에 마음의 촛불을 글로서 드린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