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우리의 눈동자는 요구한다

2016.12.07 15:24:54

윤진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기원전 5세기 중엽 스파르타의 왕 플레이스토아낙스는 뇌물을 받았다는 죄목으로 재판에 회부되자, 왕위를 버리고 망명을 갔다. 당시 스파르타는 왕정 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민회에서 선출되는 5명의 행정관의 권한이 막강하여 필요한 경우 왕을 재판에 소환하고 폐위하기도 했다. 그들은 왕이라고 할지라도 국가의 기틀을 무너뜨리는 일을 하면 재판에 회부하여 벌금을 내게 하거나 폐위하기도 했다. 사실 스파르타는 '덕성'이라는 측면에 매우 강하게 집착하였고, 왕에게는 '덕성'을 더 강하게 요구하였다.

또 다른 스파르타 왕 아게실라오스 2세의 예를 보자. 그는 기원전 399년에 왕위에 올랐다. 스파르타를 맹주로 하는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아테네를 맹주로 하는 델로스 동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기원전 404년이니, 전승 후 5년째인 셈이다. 그는 여러 전공을 세우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그 실책의 원인은 사적 감정에 의한 편의주의였다. 실제 그는 매우 관대한 인물로서 친구들에게 잘해 주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사적 친분 관계를 바탕으로 국정 및 외교 부분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일으켰다. 그 결과 스파르타의 패권을 인정하고 있던 국가들에서도 큰 반감을 갖게 되었다. 결국 아테네와 테바이는 동맹을 맺고 스파르타에 적대했고, 아게실라오스는 자신감을 가지고 전투에 나섰지만, 기원전 371년 레욱트라(Leuktra)에서 테바이의 장군 에파메이논다스(Epameinondas)에게 격파당했다. 그리고 그 이래 스파르타는 급격한 몰락을 경험하게 된다. 한 때 그리스 전체를 호령하던 스파르타가 결국 약소국의 처지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한 쪽 다리를 절기는 했지만 유능한 군인이기도 했던 그는 큰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자그마한 승리에 집착했고, 친구들의 비리를 너그럽게 보아 넘겨주는 편협한 우의를 자랑하는 바람에 국가 대사를 그르쳤다. 그는 관대함 때문에 사랑받고, 관대함 때문에 나라를 망쳐버렸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받은 사랑은 가까운 친구들에게 한정된 것이었다. 친구들에게 보여준 그의 우정은 영광의 정점에 있던 스파르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아게실라오스가 했던 잘못이었다. 그는 친구들의 불법적인 일들을 묵인 방조하는 과정에서 "개인적 어떤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나라를 망쳤다.

이번에는 고대 민주정치의 탄생지 아테네를 생각해 보자. 아테네 민주정치의 한계를 말할 때, 보통 "아테네에서는 여성과 노예, 거류외국인에게는 참정권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민회는 원래 전투를 하기 위해 모인 병사들의 모임으로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무기를 들지 않는 이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아무리 오래 살아도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주는 나라는 현대에도 없다. 오히려 필자는 참여율 문제가 더 큰 한계라고 말하고 싶다. 전성기에 5만 명에서 6만 5천명에까지 추산되는 아테네 성년 남자 시민이 있는데, 민회가 열렸던 프닉스 언덕 민회장의 규모는 5∼6,000명이 들어가는 규모였기 때문이다. 즉 10% 정도만 민회에 참여했던 것이다. 보다 많은 이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 경제적이나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이들만이 정치에 참여한 것이 아테네 민주정의 한계라고 보아야 한다. 민주정치는 '관심'을 먹고 자라고, '참여'로서 완성된다. 이 땅의 많은 이들이 촛불을 들고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한 의사 표현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이 땅의 민주주의가 아직 죽지는 않겠구나."라고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이 관심과 참여가 다음 선거까지 계속 되어야 민주주의는 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에야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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