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가슴으로 촛불을 들자

2016.12.07 15:53:28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이제 내일이면 우리역사에 기록되어질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진다. 어쩌면 이 결정이 이루어질 시간은 국민들의 환호와 비탄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또한 민주화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이 나라를 다시 태어나게 할 것인지 성난 민심에 의해 피의자가 된 정치인들이 뭇매를 맞을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다만 상처 난 대한민국이 희망의 촛불로 치유되어지길 간절히 빌 뿐이다.

그러나 그 결정이 어떻게 나건 무엇이 문제가 될 것인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무엇이 결정되건 국민은 이미 승리자가 되었고 이전의 국가 패러다임은 폐기 되었다. 여기에는 오로지 진실만이 존재하고 국민이 주인 됨을 스스로가 떳떳이 인식하는 자유와 정의의 광장만이 존재한다. 또한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오로지 국민에게서만 나온다는 헌법의 중심에 뚜렷이 선 자신을 보았다. 비바람 불고 눈보라 친다 해도 촛불은 더 이상 꺼지지 않는다. 국민들의 가슴 속에서 타 오르는 저 위대한 촛불은 저 청와대를 넘어 대한민국을 바꾸고 있다.

진정 어린 아이를 부여안고 나온 젊은 부부가 바라는 것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휘둘린 박근혜의 탄핵뿐이었을까. 중고등학생들이 어린 손에 들고 외치는 저 촛불의 함성이 비단 정유라의 이대 입학특혜라는 부당한 문제뿐이었을까.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나온 것이 수입농산물에 피폐화된 농촌경제 때문이었을까. 노동자들이 깃발을 들고 나온 것이 대기업에 특혜주고 노동자를 탄압하는 이 정권의 반 노동정책 뿐이었을까. 깊은 바다에 자식들을 수장한 세월호의 부모들이 나와 외친 것이 자기 자식의 죽음에 대한 원망뿐이었을까.

아니다. 그러면 그들이 저 촛불의 강으로 이룬 인파 속에서 무엇을 외치고 있었단 말인가. 진정 국민이 바라는 것은 무언가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결코 자기의 정파적 이익에 얽매이지 않았고 막아선 경찰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청와대로 가는 길은 박근혜를 끌어 내리러 가는 것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고 함께한 국민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축제의 길이다. 이들이 흘리는 눈물은 당하고 억울해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가슴 속에서 나오는 진정한 자기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손에 쥔 촛불이 다 타 손을 지질지라도 우리가 만든 민주주의의 거대한 물길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가슴 떨리는 분노와 환희를 한꺼번에 누리는 광장의 축제가 이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분노를 가라앉혀야 한다. 분명 우리도 일상이 부패인 삶을 살아왔다. 또 죽음으로 지킨 민주주의가 어이없이 무너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랬다. 그러기에 우리는 백만, 이백만이 넘는 힘에 우쭐해지지 말고 냉혹히 위기에선 자신을 보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함성은 기성세대들의 한풀이 장이 아닌 우리들의 동료와 자식들에게 새로운 미래와 떳떳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촛불이 어둠을 태운 아름다운 빛의 나라지만 이제는 차갑게 나를 뒤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분노를 약탈하려는 세력들과의 큰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자유로운 개인과 광장의 떨리는 가슴을 온전히 끌어안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역사의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광장의 사고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노고가 진정 필요한 때이다.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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