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공무원의 한심한 답변

2016.12.11 15:05:11

조무주

객원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촛불 집회가 매주 전국에서 열리고 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는데도 지난주 100만 이상의 촛불이 타올라 그 열기가 아직 꺼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촛불은 민심이다. 민심은 누구도 거슬릴 수 없다.

대통령 퇴진 촛불 집회가 열리는 때에 청주에서는 또 다른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도시 공원 개발을 반대하는 촛불이 그것이다. 청주시는 시내 4개 공원에 대해 민간 사업자를 동원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자가 전체 면적의 30%에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70%를 공원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기본적인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대단위 아파트를 지으려 하니 주민들이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공원 개발을 반대하는 촛불 시위는 지난달부터 4차례에 걸쳐 열렸다. 물론 100여 명이 참여하는 소규모 집회이지만 그 열기는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만큼이나 높고 진지하다. 지난주 집회에서는 '이승훈 시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도 나왔다. 수곡동과 모충동 주민이 중심이 되어 벌이고 있는 공원 개발 반대 촛불 시위는 청주시가 도시 공원 개발을 중단할 때 까지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주민들은 매봉산과 잠두봉의 공원 개발로 3천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이를 수용할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우선 교통과 상하수도 등의 기반 시설 미비는 물론 교육 시설도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대한 청주시의 계획도 안이하고 한심하기 그지 없다. 청주시 공원녹지과장은 지난달 KBS 청주방송에 출연하여 "기분적인 인프라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자가 민간 공원 개발을 제안하면 공원 위치, 수혜 여건, 가용지, 공동 주택이 들어설 경우 산림 훼손 등에 대한 조사만하고 별도로 기반 시설에 대한 파악은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3천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서면 4천500여 대의 차량이 증가하여 교통 혼잡이 불을 보듯 뻔하고 상하수도의 소비량도 크게 늘어날텐데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답변이다. 대단위 아파트 건설 전 당연히 기반 시설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사전 점검 없이 아파트 건설 계획을 먼저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과장으로 앉아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민들은 한탄했다. 도시 공원을 위한 조정위원회도 구성됐지만 상견례만 하고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형식적인 조직이나 다름없다.

공원 내 4차선 도로를 공원 시설 면적으로 통계를 잡았다가 환경 평가 위원들의 지적에 뒤늦게 비공원 시설이라고 정정하는 등 혼란도 빚고 있다. 당초 매봉산 공원 조성 사업 도시 계획안에는 도로와 터널을 공원 시설로 분리했다. 그러나 환경 평가위원들이 "아파트로 진입하기 위한 도로는 비공원 시설로 이를 통합할 경우 비공원 시설이 35.2%에 해당돼, 70% 이상을 공원 시설 부지로 기부 채납해야 한다는 도시공원 녹지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서원보건소가 들어서는 곳도 녹지 6 등급지로 이곳을 공원으로 활용하고 주택용지 남서쪽이나 남동쪽을 활용하라고 평가위는 요구했다. 이같은 사실을 청주시가 공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원 개발을 밀어 부치고 있어 성난 민심의 촛불이 매주 수곡동과 모충동에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청주시는 이제라도 민심을 헤아려 도시 공원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또 주민과 진지한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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