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인가 걱정교과서인가

2016.12.13 16:13:11

조현목

충북역사교사모임 대표·서원중 교사

퀴즈1. 빨간 김치를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요? 자신있게 정답은 '고려시대부터'라고 외치면 그건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초등학교 5학년 사회교과서가 국정화가 되면서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고려시대에 빨간 김치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삽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교육부는 맨드라미, 오미자 등을 활용하여 음식에 붉은 색을 냈다고 반박했었다. 그러나 현재 교과서에는 김치 그릇은 삭제된 상태이다.

퀴즈2. 고려시대 탐라(제주도)는 우리나라 땅일까요? 아니면 일본 땅일까요? 자신있게 정답은 '우리나라'라고 외치면 그건 틀린 답이다. 이번에 공개된 역사 국정교과서를 배운다면 말이다. 교육부는 실수임을 인정했지만 그것으로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아마 교육부에서 이런 것들을 수정하기 위해 현장검토본을 공개하지 않느냐 라고 반문한다면 참 편안한 발상이다.

균형잡인(?) 전문가들을 모셔서 올바르고 균형잡인 역사를 가르치겠다고 정식 절차들을 무시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만든 교과서를 기본적인 사실조차도 확인하지 않은 채 공개했다. 현재까지 찾아낸 오류는 부지기수이다.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다고 하는 교과서가 세상에 나왔는데 사람들로부터 불량품 판정을 받고 있다. 잘못된 부분 몇군데 주먹구구식으로 고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이다. 오류가 가득한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하는 학교에서 벌어질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벌써부터 학부모와 학생들은 국정화교과서로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울 수 있을지 불안해 하고 있다. 더 큰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그만 두어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교과서는 이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공개되었다. 설마 항간에 떠도는 소문 또는 우려스러웠던 것들이 기우이기를 조금은 바랬다. 그러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고 오히려 그 정도는 더 심했고, 수준은 낮았고 유치했다. 교육부는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역사에 길이 빛날 교과서를 자랑스럽게 내놓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고 있다. 마치 4대강을 밀어 붙여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만든 것처럼 일단 시행만 되면 어쩔 수 없이 따라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교과서 저자들은 복면이 벗겨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움을 모르고 뻔뻔하게 생활하고 있다. 그들은 학자적 양심을 버리고 권력에 순응하고 아부하며, 자신들의 생각이 전부인양 위세를 부리고 있다.

국정교과서의 목적이 다분히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역사교과서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합친 것보다 반인반신(·)이 된 대통령에 대한 서술이 더 많다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그리고 국정교과서에는 친일·독재 합리화, 은폐, 뉴라이트 역사 인식의 반영, 반공주의 관점에 따라 서술된 글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역사는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고 독점할 수도 없는 것이다. 개인을 찬양하는 교과서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는 것은 더욱더 아니다. 그럴 목적이면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올바른 역사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으면 교양서적으로 시장에 나와서 평가를 받으면 될 일이다. 그것을 가지고 비난받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아니던가.

교육부는 이미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이 더 높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국정화교과서 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교사단체들도 일제히 국정화교과서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요구하는 국정교과서 폐기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에게 자기 자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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