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 대한 배려 없는 국정교과서

2016.12.15 14:59:20

조현목

충북역사교사모임 대표·서원중 교사

교과서는 교사의 교수학습 활동의 기본이 되는 동시에 보조해주는 역할을 하며, 학생들은 교과서를 통해서 역사적 사고력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이번 국정교과서는 교사와 학생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없는 것 같다. 국가에서 신경써서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으니 먹기나 해. 그러면 건강해져 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교사들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과서를 선정하여 가르쳐왔다. 그리고 나머지 선정하지 못한 교과서에서도 좋은 자료가 있으면 보완해서 가르치기도 한다. 각 출판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교과서가 선정되도록 홈페이지에 교사들을 위한 다양한 자료들을 만들어 올려 놓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지금까지의 교과서는 불량품이라고 했다. 심지어 소위 보수 정권에서 만든 편찬기준에 맞게 만들었음에도 말이다. 교과서 좌편향 문제를 시작으로 교학사교과서의 시장 진입 실패 등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자 국가 권력을 등에 업고 분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교과서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만이 전부이고 진리임을 학생들은 배우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불량품이라고 했던 교과서보다 더 불량품인 국정교과서는 개발단계에서 이미 실패해서 폐기 처분해야 하는 이유를 직접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을 해야 하는 학교 현장의 시각에서 몇가지 살펴보자.

첫째, 현재까지 교육과정은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역사의 계열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번 교과서는 그런 고려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중학교 교과서와 고등학교 교과서의 서술이 중복하는 사례들도 이미 발견되고 있다. 내용 구성도 중학교가 통사, 고등학교가 주제 중심으로 조직하는 것이 타당한데 현 국정교과서는 반대로 되어 있다.

둘째, 교육부는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학습량을 적정화하여 학습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하였다. 그러나 난데없는 2단 편집과 딱딱하게 많은 사실들을 단순하게 나열해 놓음으로써 결코 학습량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러한 내용 구성은 교사가 보아도 쉽게 읽히지 않는다.

셋째, 국정교과서는 겉보기에 화려한 사진으로 치장하여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러나 학습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지도나 사진은 본문과 동떨어져 따로 있어 오히려 보기에 불편하다. 교과서의 시각자료들을 단지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기 좋게만 했을 뿐 교과서를 통한 효율적인 학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사진이 본문의 내용과 관련이 없는 경우도 있다.

넷째, 2015개정교육과정은 학생 참여형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정교과서는 그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기존 교과서는 학생활동을 내용을 심화시키거나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국정교과서는 단순히 기억을 확인하는 수준이거나 학생들이 활동을 위해 해석하고 분석하거나 추론할 수 있는 자료 없으므로 결국 탐구활동이나 토론수업이 아닌 단순암기식 수업을 해야만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학교현장의 시각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이외에도 문제점을 찾으려고 하면 수 없이 많다. 1372명의 현장역사교사들이 국정교과서 사용거부를 천명하였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국정교과서는 지금이라도 즉각 폐기 수순을 밟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 앞에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진정 교육부가 교육과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결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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