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의 문제

2016.12.20 15:54:22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관리과장

1980년 대 일이다. 교감경력 13년 된 교감선생님께 교육청 학무과장(지금의 교육과장)이 물었다. "교감선생님, 승진하실 때 되었지요·" "예, 그렇습니다만." 그 후에도 두어 번 더 같은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 때는 그냥 인사로만 생각했는데 한참 후에 생각하니 그 말뜻을 알 것 같았다고 한다. 교육청에서 교감 인사를 직접 담당하는 분이 몰라서 물어보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당시는 교장승진에 10년 정도 소요되던 때였다. 결국 교감선생님은 교감으로 정년퇴직하셨다. 당시에도 교육계에서는 사범학교 출신과 비사범계 출신 교원이 있었고 사범계에서도 청사, 충사, 충북대, 공주대하면서 파벌이 존재하였다. 정년퇴직하신 교감선생님은 물론 비사범계였다.

최근 제정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지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어떤 부정한 청탁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접대나 금품수수 등을 금지해 공명정대한 사회로 바꾸어 나가자는 것이다. 적용대상을 명확히 하고 15영역별로 부정청탁 유형을 정하고 금품수수금지 기준을 정하였다. 아직은 법 시행초기 이기는 하나 많은 면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공무원 등관련자들이 자세를 낮추고 많은 면에서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 우리 현실과의 불합리한 부분

김영란법은 우리사회에 많은 그 간의 관행을 깨고 시행하다 보니 전래의 미풍양속과 충돌하거나 시행에 따른 많은 혼선이 작용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학부모나 학생이 선생님께 커피한잔, 음료수 한 캔도 대접하지 못하도록 하고, 관혼상제에 있어서도 축하와 위로를 제한하고 있다. 음식을 접대함에 있어서도 3만원까지는 되고 초과분에 대하여는 소위 더치페이를 하면 3만원 이내에서 접대한 것으로 보아 금품수수의 예외에 해당한다든가, 카네이션도 생화는 안 되고 조화는 된다든가하는 상식적으로 이해 안가는 해석도 있다. 만약, 학교에서 수업 전에 제자가 떠다놓은 한 잔의 물은 어떤지·

공직이나 단체에는 학연, 지연, 혈연 등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신분정도의 위치가 결정된다. 청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신분, 청탁을 해야만 포상이나 승진이 되는 신분, 청탁을 해도 소용이 없는 신분이 있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만 승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가지고 있는 주변 환경을 모두 동원해서 노력해야만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기득권 세력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만다. 그럼으로 하여 기득권 세력은 권력의 주변을 둘러싸고 모든 이권을 챙기고 다른 세력들을 하대하고 멸시하게 된다. 따라서 불공정은 김영란법 시행에 관계없이 고착화 되어 있다.

요즘 공직주변에서는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과 적용을 받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하여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단 적용이 되는 사람은 만나지 않으려고 하고 만나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각종 선물용품 판매점이나 식당가는 손님이 없어 폐업을 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화훼농가, 축산농가, 어민들의 피해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법의 해석에 문제가 생겨 혼선을 겪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 같다. 또 김영란법을 피하는 방법이 생겨나고, 사회분위기가 위축되어 활력이 떨어지는 사회로 변모할 수도 있다.

# 조화로운 건설적인 개선방향 모색

이미 김영란법 시행으로 우리사회의 대 변혁은 시작되었다. 기왕에 김영란법이 시행하게 되어 청탁이 전면 금지하게 되는 마당에 기득권으로 분류되는 세력에 대한 제도적인 규제 대책도 시행하면 좋을 것이다. 인사나 예산 등 중요업무를 다루었던 사람에 대하여는 다시 해당부서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풍속이 있다. 우리의 오천년 내려온 미풍양속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산업의 기본이 되는 농수산 종사자들의 어려움 현실도 감안이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은 하루아침에 무 자르듯 바꾸기 보다는 점차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현실을 감안한 청탁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기준과 대책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관련자들이 노력한 만큼 공정하게 대우를 받고, 깨끗한 사회가 빨리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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