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권자로서의 역할

2016.12.19 17:09:39

안영욱

진천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주임

포르투갈은 1926년 쿠테타로 군인들이 정권을 장악한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안토니우 드 올리베이라 살라자르는 1928년 포르투갈의 제정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 단, 1년만에 고질적 재정적자를 흑자로 돌려놓았으며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1932년 총리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총리 취임 직후 국민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파업 등 노조활동 금지, 사회활동 국가조정· 관리와 집권당에서만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등 총리의 해임이 사실상 불가능한 개헌을 추진하지만 포르투칼 국민들은 20여 년간 계속된 정쟁과 부정부패를 지켜보며, 정치에 대한 무관심에 길들여져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살라자르는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투표를 감행하였고 찬성 580,379표, 반대 5,005표, 기권 427,686표가 나왔으나 기권표를 찬성표로 간주해버리고 개정 헌법을 통과시켜 버린다. 이렇게 국민 과반의 동의와 절반의 무관심 속에서 살라자르는 합법적인 독재자가 되기에 이르렀으며, 헌법 개정 이후 국민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명목 하에 '3F정책' Futebol(축구), Fatima(종교), Fado(음악)에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그 결과 국민들은 정치 대신 축구에 모든 관심을 쏟았고, 종교에 의지하였으며, 음악으로 분노와 슬픔을 해소하게 된다. 또한 내각의 21% 이상을 교수 등의 지식인으로 구성해 지식인 독재 정부로 불렸지만 국민의 40%에 달하는 문맹률을 방치함으로써 똑똑한 정치인 무지한 국민의 구도를 만들어 정치를 국민에게서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카네이션 혁명'이 성공한 1974년까지 40년이상 이러한 살리자르 정부 독재는 계속되었다.

우리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대의제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대표자를 선출하여 그 대표자에게 정치의 운영을 맡기는 제도로서 근본적으로 주권자들의 모든 의견을 동등하게 수렴하기는 어려운 제도인 것이 사실이다. 이에 더하여 국민의 의사에 반하여 정치를 행하는 대표자들의 행태는 국민들이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정치 참여에 무관심해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장 좋은 대안은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여 국민 모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오늘날처럼 인구가 많고 다원화 되어있는 사회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채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직접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스위스나 미국의 일부 주(州)에 불과하다. 어떻게 보면 현대 사회에서 대의제 민주주의는 가장 완벽하진 않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합리적인 정치제도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할 수 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국민의 의사를 올바르게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투표를 통한 참정권 행사로 우리의 권리를 대변하고 국론을 결집하여 이를 합리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과 마인드를 가진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오늘날 정치상황에 실망하고 분노하여 투표를 통한 주권행사에 회의를 느끼는 국민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필자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회의와 분노를 더욱더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통하여 해소한다면 이 또한 대한민국의 민주정치가 발전하고 더욱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는 좋은 기회라고 말하고 싶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라는 플라톤의 말을 되새기며 우리가 믿고 선출한 대표자들의 정치에 대한 실망을 무관심과 외면으로 표출할 것이 아니라 대의제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참정권 행사를 통하여 정치를 바로잡는 성숙한 주권자로서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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