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찾은 규제개혁

2016.12.20 16:01:03

김병태

충북도 공보관실 주무관

"우리 기업인들은 좋은 공무원 만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천수답(天水畓)과 같은 신세입니다."

지난 2014년 3월, 국무총리실 주관 규제개혁토론회에 참가했던 어느 여성기업인의 항변이다. 이 말은 이후 규제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동안 두고두고 회자되기도 했다.

'규제개혁'이 최대 국정과제로 부상하고 있던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그 열정만큼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 일본연수를 떠나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규제개혁'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작고 아기자기한 문화를 갖고 있다. 후쿠오카 상공에서 내려다본 깔끔하게 정비된 해안가와 넓게 펼쳐진 2~3층의 작은 건물들의 물결은 과연 일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연수 내내 접했던 음식이나 도로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소형자동차, 오밀조밀한 가게와 기념품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일본의 문화적 외형과는 달리 후쿠오카시의 규제완화 정책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텐진구역 재개발이다. 도심 한복판의 일정구역을 정해 건물의 고도제한을 완화하고 각종 인센티브 지원으로 고층빌딩의 재건축을 유도한 것이다. 고도제한 완화로 건물의 활용도를 높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공간을 확충하고 인구유입을 촉진함으로써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후쿠오카시의 야심찬 계획이다.

시내에 국제공항이 위치해 있는 것과 도심 건물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청주시와 비교된다. 특히 청주공항으로 인한 고도제한으로 에어로폴리스지구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도의 입장에서 텐진구역의 고도제한 완화 사례가 주는 메시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타큐슈시의 비즈니스 인큐베이션 센터는 IT를 활용해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와 창업기업의 회계시스템을 연계, 모든 업무를 온라인화해 기업의 업무를 대폭 줄여나가고 있다. 도내 기업지원 기관에서도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최대 20년간 7억 원이 넘는 융자를 담보나 보증 없이 해주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14년에 우리 도 규제개혁추진단에서 기업에 대한 무담보, 무보증 대출을 개혁과제로 추진하다가 결국 실패했던 사례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후쿠오카시 인근의 벳부와 유후인은 유황과 온천의 도시로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온천뿐만 아니라 킨린호수 주변 마을은 관광 특화마을로 조성돼 지역에서 직접 만든 기념품이나 먹거리를 파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청남대를 비롯한 대청호 인근 지역이 중첩된 규제로 제한적인 개발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천연자원을 보존하면서도 특색 있는 개발을 통해 외국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 부럽기만 했다.

일본은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선진화된 시스템과 국민들의 질서의식이 장점이다. 또 개인보다는 전체를 먼저 생각하는 의식구조도 견고해 보인다.

기타큐슈시가 공해문제 해결을 위해 법률에서 정한 수준보다 더 강력한 조례로 환경 규제정책을 추진했을 때 기업들과 별다른 갈등이 없었다는 점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면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보다는 규제를 하는 것도,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더 수월한 문화적 토양 위에서 규제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세밀한 견학이 아쉽기도 했지만 이번 연수는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이 점차 동력을 잃어가는 현시점에서 다시 한번 규제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돼 주었다.

연수를 기획하고 준비한, 그리고 3박 4일의 짧지만 의미 있는 여정에 함께한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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