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존중

2016.12.25 15:27:56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누구나 인격을 존중받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나 다르지 않다. 인격을 무시당해서 화나지 않을 사람은 결코 없다. 흔히 먼저 줘야 받는다고도 하는 말은 너무나 당연해 삼척동자일지라도 모를 리 없다. 필자는 굳이 속담을 인용하자면 '먼저 줘라. 그래야 받는다.'로 말해 두겠다.

가정에는 조부모나 부모를 중심으로 인륜도덕을 가지런히 해야 그 집안이 편안할뿐더러 그런 존경과 사랑을 중시하는 애경사상 역시 인격존중에서 비롯하는 것이나 다르지 않으며 우리민족 고유 정서로 자리매김 해왔다. 그렇기에 중국에서도 우리나라를 '동방의 예의지국'으로 일컬었었다.

작금의 우리사회를 지적하는 말 중에는 인륜도덕이 땅에 떨어졌다며 개탄하는 목소리가 자못 큰 편이다. 이러한 문제가 서양풍토가 갑작스레 상륙해서인지 모두가 개인주의로 흘러가고 있어 걱정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회자되곤 한다. 굳이 세세한 사례를 꼬집어보자면 신문사회면에 존속 간 패륜 사건을 비롯해 어른 공경사상도 이미 실종 된 지 오래된 것 같아 마음마저 씁쓸해진다. 힘없는 고령자를 상대로 한 사건들도 비일비재한 편이다. 뿐만 아니라 각 급 학교에서 스승을 폭행했다느니 학습시간에 교원들의 지시나 제지에도 저항과 거부언행이 다반사라니 안타까움이 너무나 크다.

이러한 현실은 결코 우리민족 고유전통과는 먼 일로서, 한 30년 전쯤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런 일들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다. 그 요인은 뭘까· 북한의 '아바이 동무 자아비판 하시오.' 풍조가 영향해서인가· 그간 전교조의 학생지도가 역사관이나 인륜도덕마저도 저버린 언행을 지탄하는 보도나 지적도 만만찮게 많았었는데 그들의 그릇된 교육의 결과 일까· 아무튼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함께 고뇌하며 해결책을 모색해 나아가야 할 중요한 문제다.

근간 대통령 탄핵사태로 국가 전체가 하루도 편할 날 없는 실정이다. 국회는 대통령 대행을 불러놓고 질의 수준을 넘어 아예 죄인 문초 수준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누리고 있는 특별 혜택은 지구촌 어느 국가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비꼬아 말하는 지적도 적잖은데, 대통령 대행을 향해 예의도, 우리나라만의 각별한 전래풍속 중 하나인 연상인 분에 대한 존중심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대행의 발언은 말끝마다 '의원님'이란 존칭이 빠지지 않는데, 의원들 말끝에는 거개가 '총리'란 호칭이다. 대통령 대행을 총리라며 질의하는 자세 또한 눈뜨고 봐주기조차 역겹다. 국회의원은 상대가 누구였든지 함부로 아무렇게나 대하고 막말을 해대도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그런 자신의 경거망동은 아랑곳 않고 되레 답변하는 대행에 대해 막말까지 퍼붓다니 한심스럽고 안쓰러워 아예 외면해 버리게 된다. 흔히 열리는 청문회 역시 차라리 제도 자체를 없애버리는 게 낫겠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텔레비전 방영을 국민 모두가 보고 있다. 어느 누구일지라도 시청자들을 먼저 의식해야 옳다. 곧 막말은 시청자인 국민마저 무시하는 행위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이 나라의 미래 주인인 청소년들도 보고 듣고 흉내 내며 닮게 된다는 점을 간과치 말아야 한다.

인격존중을 받고 싶고 그 풍토를 다져가려거든 먼저 솔선하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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