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깨우는 닭처럼

2016.12.28 15:51:55

최창영

증평군 미래전략과장

우리 속담에는 참으로 많은 닭들이 등장한다. 쫓아오는 개를 피해 지붕으로 올라간 닭에서부터 닭을 잡아먹고 오리발을 내민 사람도 있다. 꿩이 귀했던 시절 떡국에 꿩고기 대신 닭을 넣어 먹는 풍습에서부터 타고난 성품은 고칠 수 없음을 비유하는'닭의 새끼 봉 되랴'와 아무 관심도 두지 않고 있는 사이인'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한다'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처럼 닭을 소재로 하는 속담들에는 개, 오리, 꿩, 봉, 소 등 다른 동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썩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동물과의 비교를 통한 속담들이 유독 많은 것 같다. 그만큼 닭이라는 동물은 유아독존형(唯我獨尊形) 동물이 아니라 다른 동물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상호관계형(相互關係形) 동물이란 의미일 거다.

닭은 태어날 때부터 상생과 협력의 힘으로 태어난다. 중국 송대(宋代) 벽암록(碧巖錄)에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줄(啐)이라 하고,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화답하는 것을 탁(啄)이라 한다. 바로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 나오기 위해서는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동시에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에 태어나 성장한 닭을 중국 고전「한시외전」은 문무용인신(文武勇仁信)의 오덕(五德)이라 칭송했다. 붉은 벼슬은 문(文)의 기상이요, 날카로운 발톱은 무(武)의 위엄이다. 싸움에 물러서지 않으니 용(勇) 이요, 먹을 때 서로 부르니 인(仁)이며, 밤을 지키며 때를 놓치지 않으니 신(信)이라고 했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오덕(五德)을 갖춘 닭이 새벽을 깨우듯 2017년 정유년(丁酉年) 한 해가 밝는다. 2017년 대한민국은 어김없이 닭의 울음소리로 새해의 새벽을 시작할 것이다. 물론 그리 밝은 새해벽두가 될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희망을 버릴 수는 없지 않는가·

420년전, 1597년 정유년(丁酉年)에도 조선은 누란(累卵)의 위기에 맞고 있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울들목의 물살 위에서'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의 각오로 서진(西進)하는 왜선을 막아섰고, 여기에 이름 없는 군사들과 백성들이 함께했다. 절망위에 12척의 배로 희망의 불씨를 살렸고, 풍전등화(風前燈火)의 국난을 극복했다.

1944년 먼 이국땅 베이징의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한 저항시인 이육사또한 <광야>에서"까마득한 날에 / 하늘이 처음 열리고 /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로 닭 울음을 태초로 노래했다. 그가 생을 마감하고 1년후 닭의 해에 우리는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닭 우는 소리를 듣게 된다.

2017년 새해벽두 대한민국은 혼돈으로 한 해를 시작할 듯하다. 하지만 420년 조선이 그러했듯이, 72년 전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던 광복을 맞았듯이, 우리에겐 언제나 위기탈출을 위한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정신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또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

"혼자서 꾸는 꿈은 한낱 꿈에 불과하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2017년 한 해, 가족 사이에는 화목의 줄탁동시, 조직에서는 상생의 줄탁동시, 지역에서도 화합의 줄탁동시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한민국 또한 국가 발전을 위해 지도자와 모든 국민이 함께 줄탁동시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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