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에 더 적극 나서야

2017.01.17 14:30:14

[충북일보]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서민만 잡고 있다. 원래 목적과 달리 심각한 내수 위축을 야기하고 있다.

신한트렌드연구소가 김영란법 시행 전후인 지난해 9~12월 가맹점 법인카드 사용액을 집계한 결과 그렇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식당·꽃집 등 주로 서민형 자영업종이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국내 농수축산업 피해가 예사롭지 않다. 우선 경조사용 소비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화훼업종의 피해가 크다. 폐업을 고려하는 화원들이 늘어가고 있다.

한우 농가와 관련 유통업체·업소 등의 위기감도 커져만 간다. 법 시행 이후 가격급락 등 극심한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수입 쇠고기 대체로 한우 자급률이 38%까지 하락했다. 인삼업계도 살얼음판을 걷긴 마찬가지다.

대신 각종 수입산이 인기를 얻고 있다. 때를 만난 듯 이번 설 선물에 수입산 공세가 거세다. 5만 원 이하 가공식품은 물론 농수축산 등 수입산 신선제품 세트가 대거 등장했다. 김영란법이 '수입농수축산물 소비촉진법'이 된 셈이다.

급기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5일 김영란법 시행령 수정검토를 지시했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시행령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화훼업과 요식업, 축산업 등의 타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상의 '3·5·10'만원(음식물접대·선물·경조사비 상한선) 규제가 제일 먼저 완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5·10·10' 또는 '10·10·10'까지 거론된다. 정부는 실태 조사와 여론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권익위와 본격적인 시행령 개정 협의에 나설 전망이다.

김영란법은 여러 관행을 24개의 법조문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분명한 상황이다. 금품제공에 대한 공직자 등의 자진신고, 불필요한 접대 거절 등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직격탄을 맞아 폐업하는 업종들이 속출하고 있다. 공공기관을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은 소통의 기회가 줄어 아쉽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아무튼 사회적으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가 시작된 건 분명하다.

문제는 아직 김영란법 위반과 관련한 명확한 법 해석이 없다는 점이다. '덮어놓고 안 된다'는 식의 접근은 적잖은 부작용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3·5·10만원' 규정 개정 시도는 바람직해 보인다.

우리는 그동안 본란을 통해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리고 개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됐으면 한다. 그래야 청렴사회 실현과 민간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기준 상향, 농수축산물 예외 규정, 설 명절 연휴 김영란법 적용 배제 규정 마련 등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허용가액을 상향하더라도 원활한 직무수행에 인정되지 않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수축산물을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법적용 실효성에 별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권익위가 시행령 개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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