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 섬진강 가는 길은 그대로 만춘이다. 화사한 봄날이 무르익어 화창하다. 산수유와 매화가 진지도 오래다. 벚꽃은 이미 꽃눈으로 날렸다. 버드나무엔 파란 기운이 밀고 올라온다. 나무마다 물이 올라 푸른빛이 완연하다.
섬진강에 봄기운이 탱탱하다. 생명의 에너지가 넘쳐난다. 맥동의 기운이 넘쳐난다. 순정한 물빛에도 생기가 돈다. 강마을 서정이 굽이 따라 펼쳐진다. 섬진강에 부드러운 봄바람이 스친다. 아름다운 무공해 풍경이 펼쳐진다.
섬진강이 신이 내린 축복으로 파랗게 물든다. 곳곳에 찬란한 무공해 풍경들이 즐비하다. 재잘대는 새소리는 청량감을 배가시킨다. 걷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행복을 선물한다. 하루 종일 욜로와 휘게, 오캄을 맘껏 느끼게 한다.
ⓒ함우석 주필장군목 요강바위
ⓒ함우석 주필징검다리를 건너는 회원들의 진지한 모습.
ⓒ함우석 주필장군목 현수교(출렁다리)
ⓒ함우석 주필92차 충북일보 클린마운틴 단체사진
ⓒ함우석 주필섬진강은 전북 진안에서 발원해 구례에서 하동으로 이어진다. 광양만에서 바다를 만날 때까지 200km를 넘게 흐른다. 산과 마을과 도시를 끼고 돌고 돈다.
섬진강 상류는 지금 한적하다. 풍경만으로 마음이 상쾌하다. 흘러가는 강물위로 봄 소리가 가득하다. 연록에서 진초록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아직 미진하지만 수려하다. 멀리 보이던 구담마을이 점점 가까워진다.
하얀 매화와 벚꽃 대신 푸른 풍경을 만들고 있다. 사계절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강물이 굽이굽이 휘돌아 간다. 물줄기가 굽이치고 강변길은 아늑하다. 행복한 평화가 이어진다. 고적한 한가함이 그윽하다.
구담마을은 외진 산골마을 풍경을 그대로 전한다. 산과 강을 기대고 사는 작은 마을이다. 느티나무 당산에서 조망은 섬진강을 가장 아름답게 한다. 굽이치는 풍광은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걸음을 멈추고 바라봐야만 한다.
구담마을 당산나무 아래가 더 없이 좋다. 앉아 쉬어가기에 그만이다. 마을 아래 강물이 산을 만나 돌고 돈다. 바위를 만나면 바위를 피해 간다. 굽이굽이 흘러 절경을 만든다. 흐르는 강물마저 은은한 감동이다.
장군목 풍경 또한 놓치기 아까운 진경(眞景)이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희한한 풍경을 보게 된다. 강바닥에 넓게 형성된 구멍바위지대가 있다. 장군목 계곡이다. 수만 년 동안 굽이치며 흘러온 강물이 빚은 예술작품이다.
다양한 무늬는 마치 용틀임을 하는 듯하다. 살아 움직이는 듯 바위에 새겨져 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요강모양으로 독특하게 생긴 바위도 있다. 마을사람들의 영원한 자랑거리인 요강바위다. 무게가 20t이 넘는다.
커다란 요강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사 온 외지인이 마을 주민을 단체관광 보내준 뒤 일을 저질렀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중장비를 끌고 와 싣고 갔다.
한참 만에 경기도 광주의 한 야산에서 되찾았다. 하지만 바위는 증거품으로 전주지검 남원지청의 앞마당에 놓이게 됐다. 남원지청 역사상 가장 무거운 압류품이었다. 다시 장군목으로 옮기는 일도 만만찮았다. 3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장군목 요강바위는 오랜 세월이 빚어낸 최고의 자연조형물이다. 둘레 약 1.6m, 깊이 2m 가량의 구멍이 뚫려 있다. 아이를 못 낳는 여인이 요강바위에 들어가 기도를 하면 아이를 얻는다는 전설도 품고 있다.
아무튼 마을사람들이 매우 신성시 여기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주민 5명의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도 있다. 요강바위 속에 몸을 숨긴 덕이라고 한다. 여전히 섬진강의 대표 명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장군목은 섬진강 물줄기 중에서 가장 웅장하고 원시적이다. 마을사람들은 장구의 목처럼 좁아진다고 하여 장구목이라 불렀다. 하지만 공식 안내 표지판에는 '장군목'으로 표시돼 있다. 물론 아직도 '장구목'으로 표현된 곳도 있다.
섬진강물은 오늘도 변함없이 흐른다. 상류의 거친 물살이 산을 휘감아 돈다. 창조적으로 힘을 보탠다. 그 힘으로 곳곳에 비경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