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보는 부산 바다는 또 다른 감동이다. 해운대 동백섬을 둘러싼 바다가 눈부시다. 사방이 쪽빛이어서 아름다움을 비교할 길이 없다. APEC 건물에 서니 광안대교가 눈에 띈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다. 신라 말 동백섬에 감동한 해운 최치원 선생을 떠올린다. 천 년 전 랜드마크를 점지한 선견이 감동적이다.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부산의 겨울 바다다.
해운대 삼포길은 동백섬에서 시작한다. 해운대를 지나 미포와 청사포, 구덕포를 거치는 길이다. 3개의 포구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포구의 맛과 멋을 적당히 엿볼 수 있다. 곳곳에서 예스러운 풍경도 볼 수 있다.
삼포로 가는 길은 겨울철 낭만과 추억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해운대 해변은 연인이나 가족들의 추억 저장고로 남는다.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 뒤로 고층 빌딩이 밀집한다. 색다른 풍경이다.
언뜻 보기에 걷기와 어울리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해변과 이어진 길을 잠시만 거닐어도 생각이 바뀐다. 소나무 숲속 길은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 동해남부선 폐철도 산책길은 낭만적이다.
삼포길은 바다를 끼고 걸어 운치 있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사진 몇 장 찍으니 금방 미포다. 벌써 해수욕장 끄트머리에 다다른다. 그리움 품은 소박한 바닷가를 소요한다. 포구의 겨울은 계절에 상관없이 후끈하다.
한겨울 추위에 맞선 어부들의 힘이다. 바다에서 잡아 올린 물고기들이 포구에 즐비하다. 좋은 생선을 저렴하게 고르기 위한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진다. 작은 카페에선 프레디아길라의 '아낙'이 애절하게 흐른다. 나나무스크리의 '오버 앤드 오버'가 이어 달린다.
미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작은 포구다. 언덕 위론 철로를 끼고 있다. 기차 건널목 특유의 표식들이 골목을 따라 늘어서 있다. 이미 폐철도지만 기차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철커덩철커덩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바다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미포는 겨울의 맛과 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포구 가까이 가면 건물들과 배가 한눈 가득 들어온다. 유람선과 고기잡이배가 있다. 복잡하지만 활기찬 어촌의 풍경이다. 생선은 겨울에 지방이 풍부해져 맛이 최고다.
미포에선 겨울 바다의 낭만에 푹 빠질 수 있다. 그저 바닷가 작은 횟집에 앉아 있기만 해도 된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언제나 여행객들로 활기가 넘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포는 해운대 해수욕장 끄트머리다. 여전히 소박한 풍경을 유지하고 있다. 길목 길목에 작은 횟집들이 줄을 선다. 밖으로 펼쳐진 포구 풍경이 참 정겹다. 다닥다닥 붙은 작은 배들에 정이 간다. 작은 식당을 찾아 소주 한잔을 즐긴다.
번성한 해운대해수욕장과는 많이 다르다. 저 멀리서 오륙도가 님에게 손짓한다. 그리워진 중년의 로맨스를 자극한다. 여행객들에게 한낮의 술맛을 선물하는 장소다. 걷기 여행의 마무리를 좀 더 깊게 해 준다.
길 위의 삶을 충만하게 한다. 일상적 틀에 갇힌 긴 답답함도 털어준다. 별 것 아닌 작은 것들에도 감사하고 감동하게 한다. 잠시 앉아 보낸 선술집 풍경도 넉넉하다. 시간의 흐름 따라 얻는 게 많아진다.
미포에서 술 한 잔이 점점 풍요롭다. 바다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즐거움이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