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포항 전경.
태안(泰安)은 평안함이 깃든 고장이다. 동쪽을 제외하고 3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사철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조붓한 해안길이 파도소리와 어울린다.
샛별길은 지난 2016년 새로 놓은 길이다. 외지인들이 미처 보지 못한 너른 해변이 많다. 맑은 햇살 내리면 바다가 은박지처럼 반짝인다, 해변 정취도 어느 바다풍경보다 그윽하다. 혼자 걷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황포항에서 병술만을 지나 꽃지해변에 이르는 코스다. 도상거리 13㎞다. 밀물과 썰물이 너른 백사장을 교대하며 정교한 무늬를 만든다. 바닷바람이 쓸고 간 모래언덕에는 아름다운 물결무늬가 선명하다. 해변 백사장은 더 다양하다.
샛별길엔 해변과 해송숲, 바닷가 마을이 고루 교차한다. 지루할 틈 없이 섞여 바다를 즐기기에 딱 좋다. 굽이굽이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이 이어진다. 독특한 생태계는 도보여행객들에게 또 다른 맛을 제공한다.
솔잎이 깔린 숲을 지나면 푸른 바다가 길을 내준다. 이른 아침 아무도 딛지 않은 백사장은 온통 예술품으로 넘친다. 오후 햇살 쏟아지면 바닷물이 은박지처럼 반짝인다. 저녁이면 황홀한 낙조가 바다를 태울 듯 달군다.
이렇게 길은 안면도에서 가장 이름난 꽃지해변에 이른다. 샛별길의 끝이다. 밀물 때보단 썰물 때가 아름다운 곳이다. 자갈길이 드러나면 감동이 배가된다. 뭍에서 두 바위로 연결되는 갯길은 장관이다. 해질 무렵 썰물 때 찾으면 좋다.
햇빛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바다는 시적(詩的)이다. 샛별해변이나 병술만 풍경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감동적이다. 바다와 해변, 숲과 항구가 해안선을 넘나든다. 여기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화가 깊은 감동을 일으킨다.
봄을 맞는 샛별해변의 풍경은 줄 곳 파랗게 달린다. 기습을 당하듯 놀란 광경과 마주할 수 있다. 손을 타지 않은 병술만의 풍광들은 고스란히 남아 신선하다. 맑은 날 밝은 햇살을 받으면 더 환히 빛나는 공간으로 변한다.
비밀스러운 숲속 산책길도 많다. 오래된 해송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그대로 생명의 향이다. 숨겨두고 오래오래 오롯이 혼자 봄 햇살과 놀고 싶어지는 곳이 많다. 샛별해변에서 병술만을 거쳐 꽃지해변 가는 길은 이렇게 시처럼 아름답다.
꽃지해변에 닿으면 감동은 더 커진다. 썰물 땐 갯골이 드러나 좋다. 밀물 땐 바위 사이로 드러난 수평선을 볼 수 있어 좋다. 그래도 해질녘 낙조가 가장 아름답다. 노을빛을 받아 장관을 이룬다. 붉게 물드는 모습이 압권이다.
샛별길에선 도보여행객들이 걷는 내내 그리움의 수평선을 그릴 수 있다. 마음을 정갈히 하고 봄을 맞을 수 있다. 안녕의 꽃을 피울 수 있다. 오늘도 바다와 산, 포구와 섬들이 서로 부둥켜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