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구천동 계곡을 끼고 길이 난다. 물길에 바짝 붙어 백련사까지 이어진다. 편도 6㎞의 잘 다져진 길이 부드럽다. 숲길이 더없이 평화롭고 시원하다. 초록의 기운이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처서 지낸 이끼가 푸르고 싱그럽다. 맑은 계곡과 어우러져 가을 향기를 부른다. 길옆으로 쏟아지는 폭포가 시름을 잊게 한다. 사람들에게 가슴으로 살아갈 길을 찾아준다.
ⓒ함우석 주필월하탄(구천동 15경)
어사길 입구
비파담(구천동 19경)
구천동 수호비
백련사 일주문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단체사진
계곡물 소리가 바람을 만나 음을 탄다. 푸른 숲 사이로 하얀 바위가 드러난다. 계곡의 속살까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물이 밑바닥을 훤히 드러내며 흐른다.
한층 차가워진 계곡물이 상쾌해진 바람을 만난다. 콰르르 쏟아지는 폭포수가 아름답다. 초록의 그림자가 고요히 담겨 흐른다. 다가갈수록 면목이 그대로 드러난다. 기기묘묘한 바위 형태도 여럿 보인다. 풍부한 수량이 가장 큰 아름다움이다. 농도 짙은 햇볕을 푸른 나무가 막는다. 울창한 숲 나무 그늘이 공간을 채운다. 무더위가 온데간데없이 쓱 사라진다. 옛 선비들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낀다. 그늘 하나가 행복 나눔 쉼터로 변한다.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기쁨을 나눈다.
덕유산백련사 일주문이 보인다. 절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하다. 계단을 따라 절 안으로 오른다. 백련사는 덕유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백련사는 덕유산 구천동 계곡의 거의 끝부분에 있다. 해발 900여m 지점이다. 향적봉 탐방객들 휴식처로도 이름이 나있다. 백련사는 이제 덕유산의 유일한 절집이다. 한때 덕유산 자락에는 14곳의 절집이 들어서 있었다. 그러나 그 많던 절집은 자취만 남기고 오래 전에 다 사라졌다. 오로지 백련사만 남았다. 절집을 따라 아름드리 단풍나무들이 도열한다. 여름 풀빛을 지키다 가을에 다시 붉게 물든다. 신라시대 사찰로 신라 신문왕 때 백련이 창건했다. 백련이 초암을 짓고 수도하던 중 흰 연꽃이 솟아나와 절을 짓게 됐다고 전해진다. 계단 위 배나무, 계단 옆 축대에 선 소나무가 우람하다. 절 뒤편엔 향적봉을 배경으로 주목이 서 있다.
두 손 모아 경배하고 백련사를 나온다. 왔던 길을 돌아 출발점으로 향한다. 올 때와 다른 새로운 풍경을 만난다. 내려올 때도 온통 녹음의 그늘이다. 물소리와 새소리를 따라 걷는다. 초록의 기운으로 샤워를 하는 기분이다. 여름 볕에 더위가 천천히 녹아내린다. 풀빛 머금은 신록으로 초대다. 계곡 곳곳에 핀 여름 들꽃들이 예쁘다. 숲의 빽빽함이 조금씩 느슨해진다. 백련사가 떠나온 사람에게 선물 꾸러미를 안겨준다. 돌아오는 길에 절집의 향내가 난다. 몸 안으로 걸어 들어와 정화한다. 밝아진 이파리가 환히 빛난다. 관성처럼 떠밀리듯 살아온 삶을 돌아본다. 더 소중한 무언가를 얻었는지 헤아린다.
무념으로 걷다 때때로 멈춰 바라본다. 밖이 아닌 안을 들여다본다. 머리에서 생긴 생각이 가슴으로 간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거리가 참 멀다. 맑은 기운과 고요함이 천천히 깃든다. 오지에 깃든 전설을 따라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