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소나무숲길은 가을과 잘 어울리는 장소다. 불어온 바람은 선선해도 녹음은 여전히 짙다. 하루 숲에 머물며 천천히 돌아봐도 좋다. 숲길이 너무 좋아 비가 조금 내려도 상관없다. 걷다 보면 불편함보다 새로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선조들의 질박했던 삶도 받아들이게 된다. 장쾌하게 도열한 소나무에서 삶의 활력을 얻게 된다. 가을, 숲길을 찾아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대관령 소나무숲길엔 언제나 활력이 흐른다.
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길을 따라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해 한다. 자연스레 치유를 떠올린다. 길은 지역의 명소와 역사, 문화 자원을 연결한다. 일종의 통로와 같다. 길은 자연이고 휴식이다. 역사이고 삶이다.
걷기는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뿐만 아니라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솔향기 물씬 풍기는 소나무숲길을 따라 가다 보면 저절로 편안해 진다.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삶의 의미를 찾는 시간도 갖게 된다.
대관령은 백두대간 줄기 중 중부 중심부다. 동쪽으로 내려가면서 강릉과 만나 영동의 중심이 된다. 서쪽으로 내려가면서 평창군과 만난다. 대관령의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영동과 영서의 기후를 가르는 분기선이다. 한여름에도 대관령의 평균기온은 20도에 머문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좌우로 가면서 기온도 높아진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대관령은 혹독하게 추워진다. 저 아래 낮은 땅들보다 더 빨리 혹한을 맞는다.
대관령은 백두대간 줄거리 산들과 가지 산들 사이에 있다. 주변만 슬쩍 봐도 오대산, 황병산, 고루포기산, 발왕산 같은 해발 800m 이상의 산들이 즐비하다. 고원의 구릉에는 풍력발전기와 수백 년 수령의 나무숲이 있다.
대관령 인근 산악은 모두 상고대로 유명하다. 물론 아직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쉽게 볼 수 있다. 바람에 섞여 휘날리는 눈발은 찬란하다. 산정의 숲은 서리와 눈이 만나 백색으로 빛난다.
대관령 소나무숲은 국내 최고 소나무 숲을 가진 소나무 성지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숲을 지배한다. 지난해 12월18일 일반에 개방됐다. 총면적 400㏊로 울창한 모습을 자랑한다. 축구장 571개 수준의 규모다.
1922년부터 1928년까지 소나무 종자를 산에 직접 뿌려 조성했다. 일종의 '직파조림'으로 10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1988년 '문화재 복원용 목재생산림'으로 지정됐다. 가을이면 자연의 신성을 느끼게 한다.
소나무의 도열은 압도적인 풍경을 만든다. 위엄을 갖춘 황홀한 산경에 빠져들게 한다. 풍경이 장엄해 신음소리를 낼 정도다. 옛 선인들은 귀인을 뜻하는 '공'(公)자를 '소나무'(松)에 붙인 이유를 알게 된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다. 곧은 절개와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강한 의지를 상징한다. 위엄 있는 자태에 민중의 삶에 가장 귀중한 자원으로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을 아낌없이 희생하는 귀인 중의 귀이다.
걷다가 힘들면 금강송의 두툼한 껍데기를 손으로 만져보고 안아도 보자. 천천히 숲을 음미하다 보면 다시 맑아진 내 영혼도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서 휴식하며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