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 所懷

2020.04.19 15:10:45

마스크는 우리말로 탈, 탈박, 탈바가지라 하고, 한자로는 면(面), 면구(面具), 가면(假面) 등으로 불린다. 서양에서는 Maskaro(숯 검뎅이로 검게 칠하기)에서 기원해 라틴어로는 Masca라 해 마술사, 마귀라는 의미이다. 인류가 마스크를 사용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원시 제정일치 사회에서 주술사의 권위는 거의 무소불위에 가까웠다. 이들은 인간을 대신해 하늘과 소통하는 존재로서 주술 행위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신이나 영의 힘을 전달받고자 했으니 이 때의 마스크는 힘의 상징으로 보였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석기 시대 부산 동삼동 유적지에서 발굴된 조개껍데기 탈이 최초로 알려져 있거니와 역시 주술적 용도로 추측된다. 신라시대 처용무를 비롯해 안동 하회탈춤이나 봉산탈춤 등 탈놀이로 전승됐기에 탈춤에서 예능적인 부분이 부각됐지만 모두 기복과 벽사의 민간신앙에 바탕하고 있다. 후대에 오면서 대부분 해학과 양반사회에 대한 풍자로 사회의 카타르시스 역을 하는데 우리의 탈은 웃고 분노하는 모습이 기본이란다. 이규태 씨는 이런 이유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기보다 힘센 자에게 먼저 웃음으로 대해 본 뒤에 여의치 않으면 화를 내어 쫒아내는 심성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이미 사스와 메르스를 겪었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대한 대비로 마스크가 일상용품으로 전환된 지 오래이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이제 마스크는 전 세계인의 필수용품이 됐다. 그런데 마스크가 복면이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복면인 중에는 Zoro같은 의적보다 KKK단처럼 테러 살인에 방화를 하거나, 은행 강도가 복면으로 일을 저질렀기에 서양에서의 마스크는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우리야 여성 관광객들이 밤중에도 홀로 골목길을 여행할 수 있을 정도로 치안이 안정돼 있고, 자동차 뺑소니 검거 율이 90%를 상회하는 경찰력이라 복면 정도야 무용지물일 뿐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에서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을 회피하고 생필품 사재기와 심지어 총기류까지 구입하는 사례를 보면 그들의 국민의식과 품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마스크를 쓰고도 안정된 사회요, 세계가 우리를 배우니 오히려 우리나라가 명실공한 선진국이다. 이제껏 선진국이라 자부했던 나라들이 코로나로 갈팡질팡하다가 우리나라에 지원 요청을 하고 있고 드라이브 스루와 워킹 스루의 효과에 한국인들의 빨리 빨리를 흉보던 사람들도 머쓱해 할 일이다.

우리는 코로나 초기에 마스크 대량 송출로 줄서기가 잠시 일어났지만 긴요하지 않은 시민들이 스스로 구입을 자제하며 삼성의 도움으로 금세 안정됐으니 민관 협업의 보람이다. 가능한 집 생활로 마스크 착용 기회를 줄이는 터라 필자도 마스크 구입 대열에 서지 않았으나 생필품 사재기 없는 우리의 공공의식을 외국도 눈 여겨 봐야 한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하면 사람들이 서로 거리를 두고 다니면서 피차 마스크를 쓰고 있어 익명성이 보장된 듯 나름 편한 면도 있다. 여성들이 화장을 하고 마스크를 쓸 수 없어 화장품 회사에서는 매출이 줄어 난리라 하지만 잘 묻지 않는 화장품을 개발되면 되겠고, 이제 일과 생활 등 사회 전반에서 '코로나 전과 코로나 후로 구별되는 확연한 차이에 현명한 대처'라는 숙제가 남았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며 가면을 쓴 얼굴로 나를 보이려 한 점은 없었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집의 문을 현관(玄關)이라 명명한 것은 자택에서 덕의 현묘한 부분까지 도달하려는 노력이라, 군자는 홀로 있음을 삼간다 하였으니(愼其獨) 차제에 재택 기간을 자신의 수양기회로 삼는 것도 좋겠다.

바쁜 현대 사회 생활로 바깥사람들과의 관계를 우선시 하느라 가족을 뒷전으로 뒀던 것을 반성하고,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며 공기를 안심하고 마심만도 감사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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