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를 캠핑장에서

2020.05.12 18:00:55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코로나19로 3개월여 일상의 삶이 정지되어 답답한 상황을 벗어나는 사월의 마지막 날, 들뜬 마음으로 큰딸 가족이 오기를 기다렸다. 가정의 달 오월이 시작되는 황금연휴를 맞아 세 자매 가족 12명이 횡성으로 2박 3일 캠핑을 가는데 아빠도 함께 가자며 준비하고 기다리라는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연휴시작이라 도로에 차가 밀려 두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김밥과 삼겹살을 사서 목적지를 향해 달렸는데 비교적 소통이 잘되어 좁은 계곡에 자리 잡은 캠핑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공기가 너무 상쾌하고 연두색 나뭇잎들이 싱그러운 자연의 품에 안겨 심호흡을 하며 짐을 풀었다. 옆 도랑에는 암반위로 맑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정겨웠다. 인천에서 새벽에 출발했다는 둘째 딸 가족이 도착하여 반가웠다. 텐트를 치고 있는데 막내 딸 가족이 뒤따라 도착하여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했다. 모두 힘을 합쳐서 거실처럼 사용할 공동취사장도 만들었다. 수년 전부터 세 자매가 캠핑을 자주 다녀서 야영생활에 아이들까지 익숙하다. 일찍 출발하느라 빵조각과 김밥으로 허기를 채운 터라 내가 전 날 따온 두릅 전(煎)을 부쳐서 먹으니 제철 봄나물의 향을 느끼며 너무 맛있게 먹었다. 캠핑용의자에 둘러 앉아 그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며 코로나로 꽉 막힌 가슴을 활짝 열고 대자연과 호흡하며 주변에서 풍겨오는 꽃향기에 모두가 상기(上氣)된 표정으로 저녁을 맞이하였다. 어둠이 깔리는 야영장에 고기 굽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삼겹살을 구워먹는 재미에 길들여져 있다. 노릇노릇 구워진 삼겹살을 상추쌈에 싸서 먹는 맛은 식당에서 먹는 맛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장작불을 피워 놓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도시에서 구경 못하는 밤하늘의 별들을 세면서 소쩍 새 소리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가끔 캠핑을 하면서 엄마 아빠 놀러 오라며 전화를 하면 아내와 함께 아이들 먹을 것을 사들고 찾아가 함께 저녁을 먹고 고구마도 구워먹으며 놀다가 오고는 했지만 천막 속에서 잠을 자기는 너무 오랜만이다. 젊은 교사시절 청소년연맹 전임지도자로 활동할 때 연합야영을 주관하면서 야영에 익숙했지만 나이가 들어 텐트 속에서 잠을 자는 야영을 하니 새삼스러웠다. 가끔은 이렇게 자연인이 되어 원시적인 삶을 즐기는 것도 일상의 찌든 먼지를 씻어내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을 하니 잘 따라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의 기운을 온몸에 받으며 숙면을 할 수 있었다. 새벽을 알리는 새소리가 상큼하게 들려왔다. 아이들도 일찍 일어나 저녁에 냇물에 담가놓은 통발을 건지러 갔다. 버들치를 잡았다며 너무 좋아했다. 물고기는 구경만 하고 오후에 냇물에 놓아주기로 했다. 둘째 날은 날씨가 좋아 캠핑장 주인에게 송어횟집이 근처에 있느냐고 물으니 차로 5분 거리에 있다하여, 회를 떠다가 점심에 맛있게 먹었다. 송어는 1급수 찬물에서 자라는 고기라서 강원도 청정지역에서 송어 회를 먹으니 맛이 너무 좋다고 하며 고맙다는 인사도 받았다. 저녁에는 참숯불에 닭갈비를 구워먹으니 이 맛 또한 일미였다. 남은 숯불엔 고구마를 구워먹고 아이들은 게임을 하며 야영이 무르익어 절정을 맞이하였다. 마지막 날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려 짐정리 할 걱정이 앞섰다. 감자찌개로 아침을 먹고 젖은 텐트를 걷으며 고생하는 사위들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금연휴라고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펜션을 빌려 연휴를 보내는 것 보다 자연 속에서 야영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연을 배우는 체험을 시켜주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좋았다. 핵가족시대 이종사촌끼리 만나 함께 즐겁게 놀면서 배우는 기회였다. 황금연휴를 맞아 가족이 함께 건전한 연휴를 보내는 것이 너무 유익했고 모두가 만족한 캠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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