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을 끼고 녹색의 나무들이 우람하다. 단풍나무의 푸른 자랑이 이어진다. 계곡물은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른다. 나무 밑 풀포기들도 멋진 풍경으로 거듭난다. 우람한 녹색길이 1시간 정도 계속된다. 단풍나무들의 합창 소리가 계곡을 타고 흐른다. 어린 나무들도 옹기종기 모여 어른나무들을 흉내 낸다. 호남의 작은 금강으로 부족함이 없는 풍경이다.
[충북일보] 강렬한 태양열에 온 몸이 익어간다. 빛을 머금은 녹색 숲이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 새소리를 따라 홀린 듯 걸어간다. 자꾸 덥고 습하고 뜨겁다. 여름이 절정으로 간다. 산과 계곡, 바다가 그리운 계절이다.
코로나19가 여행마저 제한한다. 사람들이 청량한 숲과 깊은 계곡을 찾는다. 우거진 숲은 따가운 여름 볕을 가려준다. 그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상상만으로도 좋다. 전북 순창의 칠월 숲으로 초대에 응한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7월의 강천산을 찾는다. 너무 끈적끈적한 무더위가 오기 전에 찾는다. 북적이는 곳을 피해 호젓하게 가본다.
여름 강천산은 행복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길은 초록 그늘 위로 파랗게 빛난다. 산란한 빛 내림은 황홀한 숲길을 만든다. 원시 냄새가 그대로 풍긴다. 이름 모를 풀과 꽃이 길을 잇는다. 새 울음이 순식간 허공으로 사라진다.
병풍폭포
주차장을 들머리로 한다. 초입부터 이어진 폭신한 흙길이 그대로 풍경화다. 몇 걸음 걸으니 깎아지른 절벽이 하얗게 반긴다. 아찔한 벼랑 끝에서 옥수가 떨어진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시원하다. 하얀 병풍폭포가 주는 첫 선물이다.
병풍폭포를 기점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계곡을 끼고 이어진 길이 온통 녹색이다. 데크 옆으로 귀여운 잎의 애기단풍나무들이 도열한다. 숲이 내는 소리에 몸이 반응한다. 이즈음에 산에 들면 녹색의 선경을 선물로 받는다. 녹색의 산란을 알게 된다.
삼선대
여름제국이 점점 절정으로 달려간다. 계곡에서 데크로 만들어진 왼쪽 숲길을 걸어 오른다. 원시림의 진한 냄새가 오감을 자극한다. 녹색의 유혹이 빨간 단풍만큼이나 강렬하다. 삼거리까지 두 번의 된 비알을 만난다. 계단이 없으면 아주 험한 길이다.
거침없이 오른쪽 길로 바로 간다. 신선봉 위 삼선대로 가는 길이다. 안부를 지나 한동안 순하게 펼쳐진다. 숲 구경을 하며 산새 소리를 듣는다. 녹음이 우거지니 산풍경이 꿈결 같다. 단풍 없는 강천산이 충분히 아름답다. 부슬비가 운치를 더한다.삼선대가 있는 신선봉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다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 급한 경사가 길게 이어진다. 전망대에 오른다. 황우제골 사거리까지 내리막이다. 정상까지 내쳐 간다. 노송 한 그루가 반긴다. 숨을 헐떡이며 삼선대에 오른다.
강천산 현수교
계곡에서 멀어지니 절경이 다가온다. 삼선대에서 바라본 산 무리가 예쁘다. 유려한 녹색곡선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울울창창한 푸른 숲이 빛난다. 마침내 신성산에서 강천산의 왕자봉을 마주한다. 그 아래 협곡에 자리한 주황색 현수교가 확연하다.
녹음 속 주황색이 압권이다. 현수교로 내려가기 전 잠시 숨을 고른다. 현수교가 찌릿한 공중부양의 아찔함을 선물한다. 위태로운 공간에 비장하게 자리한다. 멋스러운 산세와 맑은 계곡에 반한다. 한 옆으로 짙푸른 강천지가 자리 잡는다.
강천사 전경
풍경 한 쪽으로 비구니 도량 강천사가 고즈넉하다. 한 때 1천 명의 승려가 기거했다고 전해진다. 암자만 열두 개에 달하던 아주 큰 절집이었다. 대웅전 앞의 오층석탑은 역사를 말해준다. 1316년에 세워졌으니 유구하다. 강천산의 매력을 다시 알린다.
구장군폭포
가파른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현수교를 거쳐 구장군 폭포까지 내쳐간다. 내려오는 길도 경사가 급하다. 계단 옆으로 자잘한 바위도 삐죽삐죽 솟아 있다. 전망대에서 현수교까지는 500m 정도다. 마침내 계단을 내려와 현수교에 다다른다.
초록빛 숲 속에서 주황색 구름다리가 유난하다. 주황의 강렬함이 녹음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높이 50m의 허공에 매달린 출렁다리가 흔들린다. 그 길이가 76m에 이르는 현수교다. 다리 가운데로 걸어 갈수록 출렁거린다. 한참동안 이곳에서 논다.
협곡으로 내려선다. 완만하게 다져진 계곡 길을 따라간다. 험준한 산 아래 구장군폭포가 웅장하다. 두 눈이 깜짝 놀란다. 깎아지른 절벽 두 곳에서 옥수가 쏟아진다. 아홉 장군의 포효처럼 들린다. 비 온 뒤라 물줄기가 역동적으로 길게 쏟아진다.
넓은 소(沼)가 잔잔해진 물줄기를 넉넉히 품는다. 승전보를 울린 9명의 장군이 지나간다. 계곡수가 감로수처럼 청정하다. 폭포물이 계곡을 따라 청류로 흐른다. 탁한 마음을 씻어낸다. 숲속의 빛과 소리마저 초록에 젖는다. 구장군이 계곡 깊숙이 숨는다.
새 한 마리 날더니 하늘이 맑아진다. 뒤를 봐도 앞을 봐도 푸른 녹색길이다. 가을단풍 오솔길이 여름 녹음숲길이 된다. 구장군폭포에서 매표소까지는 약 2.5㎞다. 걷기 딱 좋게 편편한 황톳길이다. 계곡을 따라 크고 작은 소와 폭포가 이어진다.
절의탑
물소리를 들으며 계곡을 걷는다. 빽빽이 들어선 나무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분다. 청량한 공기가 얼굴에 닿는다. 더위를 식혀준다. 나뭇잎에 가려 있던 강천사가 드러난다. 천년 품은 절집이 길 풍경을 완성한다. 두 손 모아 절을 올린다.
경내에 들어서니 깔끔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마음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여름의 짙은 녹음이 가을 단풍의 감동을 넘어선다. 절집 문에 들고서야 깨닫는다. 새 잎이 나고 자라 푸르름 이룬 고귀함에 감사한다. 새삼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강천사를 지나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녹음과 대조를 이루는 강천문을 지난다. 푸른 단풍나무 베이스캠프가 고즈넉하다. 단풍나무의 푸른 자랑이 이어진다. 계곡물이 콸콸 소리를 낸다. 때론 소리 없이 조용하다. 고요와 소란이 교차한다.
메타세과이어길
계곡을 끼고 메타세쿼이아가 우람하다. 쭉쭉 뻗은 몸매를 자랑한다. 담양의 가로수길 못 지 않다. 단풍나무 밑 풀포기들도 멋진 풍경으로 거듭난다. 우람한 녹색길은 20여분 정도 계속된다. 길 옆 곳곳이 자연미와 인공미로 어울린다.
단풍나무들의 합창 소리가 계곡을 타고 흐른다. 어린 나무들도 옹기종기 모여 어른나무들을 흉내 낸다. 호남의 작은 금강으로 부족함이 없는 풍경이다. 녹색계절, 강천산의 열띤 생명력이 아름답다. 단풍의 화려함이 전혀 부럽지 않다.
물에 반영된 녹색이 채도를 높인다. 계곡물이 금세 옥빛으로 변한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신록으로 변한다. 녹음이 빚어놓은 경치가 가히 선경이다. 맨발로 건강을 다지는 강천산 계곡 길이다. 비에 촉촉이 젖은 길엔 주름 하나 없다.
사위가 붓으로 그린 그림처럼 아름답다. 조물주의 신비로운 솜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삼라만상이 야단스럽게 풍요롭다. 울창한 숲 사이로 산세들의 지저귐이 들려온다. 음이온으로 가득 찬 심장의 고동이 빨라진다. 모처럼 동심의 세계로 되돌아간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산책하는 이들이 보인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어느새 몸이 가볍고 마음이 맑아진다. 시간이 안개 사이로 지난다. 녹음터널로 바뀐 단풍터널을 지난다. 다시 병풍폭포 앞에 선다. 내 안을 슬며시 들여다본다.
바람이 기억을 흔들어댄다. 맑은 햇살이 얼굴을 때린다. 강천산 녹음숲길이 한바탕 꿈과 같다. 숲속 생명의 노래 소리로 마음이 평화롭다. 아름다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