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왜, 도(道)라 하는가

2020.11.02 16:16:38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주말 오후에 단풍구경 겸 집근처 등산로를 혼자 걸었다. 잘 다듬어 놓은 공원길을 지나 오솔길 등산로를 걸어가니 낙엽이 뒹구는 가을 운치(韻致)를 느낄 수 있었다.

서 충주신도시는 숲이 우거진 야산으로 둘러싸고 있다. 산책 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등산로를 네 곳이나 만들어 놓았다.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야자매트를 깔아 놓았고, 비탈길은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정상에는 전망대 또는 팔각정을 만들어 쉬어갈 수 있게 곳곳에 벤치를 만들어 놓아 주민의 건강관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 올라가고 내려가며 굽이굽이 돌아가는 오솔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파른 길에는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계단 길을 걷지 않고 가장자리에 사람들이 다닌 갓길이 생겼다. 나도 갓길을 걷는 것이 훨씬 편해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 산길을 걸을 때는 보폭이 좁아지고 발을 높이 들어 걷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규격화 해놓은 계단보다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는 갓길을 사람들은 선호하는 것 같다.

자치단체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등산로에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용하지 않는다면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을 무위(無爲)라 한다면 규격화 된 계단을 만든 것은 유위(有爲)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국가는 국민을 다스리는 법과 규칙을 만들어 질서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지나친 규제는 도리어 불편을 주기도 한다.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던 원시시대부터 길은 생겼다. 누군가 지나간 길을 사람들은 걷기 시작하여 굽이굽이 길이 생겨난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며 편리함을 추구해 왔다. 수레로 짐을 실어 나르다가 자동차가 발명되면서부터 도로가 생겨났고 더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포장도로와 고속도로가 생겨나서 길의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해 가고 있다. 비행기가 날아가는 하늘 길도 있고,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뱃길도 있는 것이다. 굽이굽이 돌아서 고개를 넘어가던 대관령(大關嶺)같은 큰 재도 직선으로 터널을 뚫어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새로 만드는 고속도로는 터널이 너무 많아 주변의 경치를 구경할 수 없다고 아쉬워한다. 일부러 경치가 아름다운 옛길 도로나 지방도로를 달리며 여행의 멋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자의 道자를'길 도'라고 하는데 길이라는 것은 사람이나 차가 다니는 길 말고도, 사람이 행하여야 할 바른 길을 도리(道理)라 한다. 도가(道家)사상의 창시자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이라는 경전을 남겨 현대인들이 그 철학에 매료되어 서양에 까지 번역되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혀지고 있다. 노자는"학문을 하는 길은 날로 더해가는 것이나, 도를 깨달아 가는 길은 날로 덜어내는 것이다."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또 세상이 운행하는 본질적인 길을 하늘을 넘어서 스스로 그러함에서 찾고 있다. 도는 있는 듯, 없는듯하나 끝이 없으므로 삶에서 길을 얻는 것이 도(道)이다. 노자는"도도 크고, 하늘도 크고, 땅도 크고, 사람도 크다."고 하며 도는 현묘(玄妙)하다고 한다. 지금은'바른생활'로 바뀌었지만 종전의 교육과정에서는 도덕과목을 중요시 하였다. 도는 진리이고, 덕은 실천이므로 진리를 알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 도덕(道德)이다. 우리가 길을 통해 오고가듯이 사람마다 살아온 길이 있고 살아가는 길이 있다. 도는 어머니처럼 해 줄 것은 다해주면서도 조용히 이름도 모르게 받들어 줍니다. 마치 공기처럼 늘 우리 곁에 있으며 생명을 유지해주지만 맛도 없고, 보이지도, 들리지도, 다하지도 않는 것이 도(道)이고, 사람들은 그것을 길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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