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낸 거액 기부금, 영수증도 안 준 '세종시문화재단'

1㎞ 미만 거리 직원 '출장비 부풀리기'는 4년간 100여건
세종시장애인체육회는 장비 임의 구입 등 시민 혈세 낭비
세종시 감사위원회,문화재단·체육회 대상 감사 결과 공개

2021.03.08 13:46:22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인근에 있는 '박연문화관'의 3월 8일 모습. 세종시문화재단은 정부(행복도시건설청)가 425억 원을 들여 지은 이 건물을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임대받아 사옥으로 쓰고 있다.

ⓒ최준호 기자
[충북일보] 세종시는 아직 출범한 지 10년도 되지 않은 신생 지방자치단체여서, 시민 생활과 관련된 산하 공공기관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 기관은 대부분 시로부터 시민들이 내는 세금을 지원받아 살림살이를 꾸려 간다.

또 세종시는 정부나 다른 지방자치단체들과 마찬가지로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난으로 인해 재정 형편이 좋지 않다.

하지만 시 문화재단과 장애인체육회는 기업인들이 낸 후원금이나 시에서 받은 보조금 등을 부적절하게 운용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세종시 감사위원회가 최근 세종시 장애인체육회를 대상으로 시 보조금 집행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여러 가지 규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세종시장애인체육회 홈페이지
◇기금 160억여원 주먹구구식으로 집행

세종시 감사위원회는 작년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문화재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감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2016년 11월 재단 출범 이후 처음 실시된 이번 종합감사에서는 수백여 건의 부당한 사례가 적발됐다.

우선 재단은 '메세나(Mecenat·기업이 문화예술 분야에 자금이나 시설을 후원하는 것)' 기부금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관련 법에 따르면 기부금을 모은 단체는 금액과 활동 실적을 결산 종료일부터 3개월 이내에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재단은 2017~19년 모금한 36건(5억9천7000만 원) 가운데 2019년 모금한 16건(2억2천200만 원)만 적정하게 공개했다.

2018년 모금한 10건(2억2천만 원)은 아예 공개를 하지 않았고, 2017년에 모은 10건(1억5천500만 원)은 법정 기한보다 2개월 늦게 공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기부금 8건(총 1억5천만 원)에 대해서는 영수증도 발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재단이 임직원에게 과다하게 지급한 출장비도 모두 101건(160만 원)이나 됐다. 위원회는 "왕복 2㎞ 이내의 출장비는 실제 쓰인 교통비와 식비만 지급토록 돼 있는데도 재단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사용량에 따른 선택요금제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바람에 사옥의 작년 1~11월분 전기요금도 236만여 원을 과다하게 납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은 현재 정부(행복도시건설청)로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인근에 있는 박연문화관을 무상으로 임대받아 사옥으로 쓰고 있다.

연면적 1만9천915㎡(지상·지하 각 3층)의 이 건물은 행복도시건설청이 국민 세금 425억 원을 들여 지은 것이다.

재단은 작년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민락아카데미' 강좌를 유료로 운영하면서,수강을 취소하지도 않은 소속 직원 3명에게 1년치 수강료 전액인 14만1천750 원(대행업체 수수료 제외)을 부당하게 되돌려 준 사실도 드러났다.

위원회는 "재단 측이 '내부 직원에 대한 복지 및 역량강화 차원에서 수강료를 환급해 준 것이니, 정상을 참작해 주길 부탁드린다'라는 의견을 제시해 왔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재단 측은 160억여 원에 달하는 기금의 결산 명세서를 이사회 보고를 거쳐 세종시에 제출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는 등 재정 운영을 방만하게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체육회는 보조금 '제멋대로' 쓰기도

세종시 감사위원회는 최근 시 장애인체육회에 대해서도 보조금 집행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체육회는 컬링(Curling·빙상 경기의 일종) 장비 등 11가지 품목 4천300만여 원 어치를 시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키캠프 프로그램 운영비 등으로 700여만 원을 임의로 집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 직원들의 △봉급(240여만 원) △가족수당(42만 원) △휴가보상비(11만여 원) 등을 규정보다 많이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한편 체육회는 세종시로부터 운영비·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2017년부터 작년까지 4년 동안에만 약 23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세종 / 최준호 기자 choijh5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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