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개방 뒤 망가지는 '세종시민 젖줄' 금강

잡초밭 변한 강변서 8회 불 나자 시민들 불안
담수 면적 20% 감소한 반면 수변공간 7% ↑
시민들 "보 수문 닫아 강물 가둬 경관 살려라"

2021.03.09 14:37:24

문재인 정부가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시험한다"며 지난 2017년 11월부터 금강 세종보 수문을 연 뒤 강물은 줄어드는 반면 모랫더미와 잡초숲은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8일 오전 10시께 세종시 대평동 호려울마을 3단지아파트 앞 금강의 더러운 물 위에 큰 물고기 2마리가 죽은 채 떠 있는 모습이다.

ⓒ최준호 기자
[충북일보] 세종시민들의 '젖줄'이라 일컬어지는 금강의 둔치에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무려 8번이나 불이 났다.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심신이 지친 시민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첫 번째 화재가 난지 16일이 지났지만, 당국은 아직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시험한다"며 지난 2017년 11월부터 금강 세종보 수문을 연 뒤 강물 면적은 크게 줄어든 반면 모래톱과 수변공간은 늘었다.사진은 8일 오전 10시께 세종시 대평동 호려울마을 3단지아파트 앞 금강의 더러운 물 모습이다.

ⓒ최준호 기자
◇아름다운 강변이 잿더미로 변해

불이 난 곳은 금강 세종보 상류 700m(대평동 민간아파트 모델하우스단지)~4㎞ 구간이다.

이번에 연쇄적으로 난 불은 모두 '주말 밤 시간대'에 갈대밭을 비롯한 '강변 숲'에서 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행히 아직 세종시의 밤 날씨가 쌀쌀한 데다,코로나 사태로 인해 강을 찾는 사람이 평소보다 적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기자는 8일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에 걸쳐 5번째 화재 현장인 대평동 호려울마을 3단지아파트 앞 금강변을 찾았다.

오는 7월께 '세계적 명물'로 준공될 예정인 금강 보행교에서 500여m 떨어진 이 곳에서는 지난 6일 저녁 7시 33분께 시작된 불로 갈대밭 6천㎡가 탔다.

8일 세종시에는 짙은 안개가 낀 가운데,시커멓게 변한 갈대숲은 아름다운 인근 아파트 건물과 뚜렷하게 대비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시험한다"며 지난 2017년 11월부터 금강 세종보 수문을 연 뒤 강물 면적은 크게 줄어든 반면 잡초숲은 늘었다. 사진은 8일 오전 10시께 세종시 대평동 호려울마을 3단지아파트 앞에서 하류 세종보 쪽으로 바라본 금강 모습이다.

ⓒ최준호 기자
게다가 최근 계속된 겨울가뭄으로 인해 예년 겨울보다도 양이 크게 줄어들면서 더러워진 바로 옆 강물에는 큰 물고기 2마리의 시체가 둥둥 떠 있었다.

이 곳에서 700m 하류에 있는 세종보와 상황이 별로 다르지 않았다.

강물이 가득 고여 있던 세종보도 문재인 정부가 "금강의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시험한다"며 지난 2017년 11월부터 수문을 연 뒤, 모래와 자갈이 쌓이고 잡초가 우거진 '버려진 땅'으로 바뀌었다.

화재 현장 주변 금강수변(水邊)공원은 숲바람장미원·땀범벅놀이터·캠핑장 등이 있어 평소에는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강변길을 산책하고 있던 권 모(45·회사원·대평동 해들마을 6단지)씨는 "아름답던 강이 시커먼 잿더미로 변하고 있으니 너무 불안하다"며 "이번 화재로 도시 이미지가 훼손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시험한다"며 지난 2017년 11월부터 금강 세종보 수문을 연 뒤 강물 면적은 크게 줄어든 반면 잡초숲은 늘었다. 사진은 지난 2월 13일 찍은 세종보 바로 위 금강 모습이다.

ⓒ최준호 기자
◇세종보 개방으로 물 대신 숲 면적 크게 늘어

일부 시민은 이례적 연쇄 화재가 정부의 세종보 수문 개방 방침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담수(湛水·물이 차는) 면적이 크게 줄어드는 대신 숲이 늘어나면서 불이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 작년 8월 작성한 '금강·영산강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보 개방 전인 2017년 11월 4일과 후인 2019년 3월 29일 금강 세종시내 구간 경관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우선 강 수위(水位·해발 기준)는 11.85m에서 8.40m로 3.45m(29.1%) 낮아졌다.

이에 따라 물이 고인 면적은 236만6천㎡(2.366㎢)에서 188만7천㎡(1.887㎢)로 47만9천㎡(20.2%) 줄었다.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반면 모래톱은 6만8천㎡에서 36만㎡로 29만2천㎡(429.4%)나 증가했다.

숲을 비롯해 습지와 삼각주(三角洲·흐르는 강물로 운반된 퇴적물이 오랫동안 쌓여 만들어진 평평한 땅) 등 수변공간도 267만4천㎡에서 286만1천㎡로 18만7천㎡(7.0%) 늘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와 일부 환경단체 등은 "강의 자연성이 회복되고 있다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은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강변 아파트들의 조망권이 훼손되는 등 강물을 이용하는 측면에서는 손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금강 보행교(길이 1천650m)의 조망 가치가 떨어질 우려가 높다. 이 다리는 일반 교량과 달리 차량 운행이 금지되는 대신 사람들이 걸으면서 강을 구경할 수 있도록 거대한 동그라미 모양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보행교 인근 보람동 호려울마을 10단지 주민 서 모(52·주부) 씨는 "금강 보행교가 세계적 명물이 될 것이라고 해서 작년 11월 서울 송파구에서 세종으로 이사왔다"며 "그런데 강에서 불이 자주 나니 너무 생뚱맞다"고 했다. 그는 "정부나 세종시는 멀쩡한 세종보를 해체해 아름다운 금강의 경관을 망치지 말고, 서울 한강처럼 유람선도 다니는 강으로 만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종 / 최준호 기자 choijh5959@hanmail.net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