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함께한 삶

2021.03.22 16:47:02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지난주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마을금고 이사장을 31년간이나 이끌어오다가 지난해 퇴임을 하고 개인사무실을 열고 지인들과 만남의 장소로 노후를 즐기며 사시는 분이다. 퇴임 후 어깨와 디스크 수술을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위문 전화도 못 드려서 반갑지 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시간이 되면 점심이나 함께 하자는 전화를 받고서 시내로 나가며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시국에 전화 오는데도 뜸한데 점심초대를 받으니 뿌듯함이 설렘으로 다가왔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반갑게 맞아 주셨는데 그 자리에는 시의회 의장을 지내신 분과 향교 전교님이 계셨다. 격식을 갖추기 보다는 소탈하신 분이라 대화는 화기애애하였다. 20여분 대화를 나누다가 손수 운전을 하며 식사장소도 알려주지 않고 시내를 벗어나 탄금호가에 자리 잡은 아늑한 음식점에 도착하였다. 인근 골프장에 오는 손님이 많은 곳으로 맛있는 장어구이로 점심을 대접받았다. 제천 금성면 양화리에서 태어나 가정형편상 초등학교만 졸업하셨다고 한다. 근면 성실한 성품으로 점원, 국수공장, 밀가루 배달, 미곡상, 운수회사, 양곡보관업, 도정공장, 맥주 소주공장, 서울잠실의 상가, 아파트 건설업, 삼성면 대소과수원 등 다양한 사업을 하며 자수성가하신분이다. 젊은 시절의 고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불굴의 의지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실패담도 본받을 만한 이야기들이다. 모친과 네 식구가 좁은 단칸방에서 잠을 잘 수가 없어 헛간에서 가마니 넉 장을 깔고 석장은 이불로 덮고 자다가 영하 15도의 추위에 발에 동상이 걸려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며 온갖 고생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 운전을 하면서도 동승자 모두가 웃음이 터지는 농담을 하시는 모습은 삶의 고비를 여러 차례 겪으며 터득한 노후의 인생을 즐기는 분이다. 돌아오는 길에 호숫가에 자리 잡은 광활한 정원에 소나무를 비롯하여 회나무 느티나무 등의 귀한 조경수를 관람하고 왔다. 전원생활을 부러워하고 감탄을 연발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 분에게서는 권위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사람사귀기를 좋아하고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며 모든 사람을 좋아하는 분이다. 마을금고를 운영하면서 직원의 대형금융사고의 충격으로 쓰러지기도 하였다. 10억의 보험금 외에 부족분은 사비로 대납을 하며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하였다. 매년 총회 때는 관내 초중고에 발전 기금을 3억이 넘게 충주교통대학에 매년 1천 만 원씩 1억을 기증했다. 고향 양화리에 40년간 5백만 원씩 약 2억을 지원하며 베푸는 삶을 살아오셨다. 배움에 한이 되어 한학(漢學)을 하며 우리의 전통문화를 소중하게 지키려는 노력도 남다른 분으로 한국 교통 대에서 명예박사학위도 받았다. 고향 금성초등학교 은사님 다섯 분을 30년간 매년 스승의 날에 찾아뵙고 식사를 대접한 다음 금일봉을 드리며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스승의 은혜에 보답했다는 일화는 만인의 귀감이 되는 모범사례이다. 31년간 금고를 이끌며 한 번도 휴가를 사용하지 않았고, 임직원의 근무복, 회식을 사비로 제공했으며 인근 호암지 공원에 부부가 함께 8년간 나무를 심고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에 앞장섰다. 쓰레기 시설물설치비로 천만 원을, 금고 임직원과 8년간 쓰레기를 치우며 자연보호 활동을 한 분이다. 좀 도리 운동으로 30년간 불우이웃돕기를 몸소 실천하신 분이다. 이러한 베푸는 삶을 보고자란 자녀들도 대학교수, 의사, 약사 등으로 활동하며 화목한 가정을 꾸려 오신 가장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아오신 분이다. 그 분의 항상 이웃과 함께한 삶이 멋있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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