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년생 왕버들 거목, 세종시에서 또 죽었다

3그루 중 2그루 죽어…봄 맞아 1그루만 싹 돋아
'아름다운 우리강 탐방로 100선' 포함된 방축천길
정부 세종보 철거 방침으로 거목 인근 하천물도 위험

2021.04.05 10:48:14

세종 신도시 주민들이 즐겨찾는 방축천 주변에서는 200여년생 왕버들 거목 3그루 가운데 2그루가 죽어 시민들을 안타깝게 한다(오른쪽 사람 인근). 사진은 지난 3월 30일 찍었다.

ⓒ최준호 기자
[충북일보] 속보=허허벌판에 도시를 만드는 인간은 위대하다.

오는 2030년까지 국내에서 가장 큰 신도시(인구 50만명 수용)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 신도시·행복도시)는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할 수 있는 대표적 도시다.

하지만 신도시 주민들이 즐겨찾는 방축천 주변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살아 온 거목 3그루 가운데 2그루가 죽어 시민들을 안타깝게 한다. <관련 기사 충북일보 2020년 9월 15일 보도>

세종 신도시 주민들이 즐겨찾는 방축천 주변에서는 200여년생 왕버들 거목 3그루 가운데 2그루가 죽어 시민들을 안타깝게 한다. 사진은 3그루 모두 잘 자라고 있던 지난 2016년 5월 13일 모습.

ⓒ최준호 기자
◇잎이 나지 않는 200여년생 왕버들

기자는 식목일(5일)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에 걸쳐 어진동 정부세종1청사 인근 방축천 일대를 둘러 봤다.

지난해 9월 12일 이후 약 6개월 만에 이 곳을 찾은 주된 이유는 죽어가던 200여년생 왕버들(Willow·버드나무의 일종) 1그루가 봄을 맞아 혹시 살아나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3그루 가운데 1그루에서만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을 뿐, 2그루는 흉물스럽게 죽어 있었다.

1그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또 다른 나무는 굵은 줄기만 남아 있었다.

주변에 벚꽃을 비롯한 각종 꽃들이 피었고, 하천에는 제법 맑은 물도 흐르고 있었다.

주변을 산책 중이던 서남영(67·세종시 아름동)씨는 "아름다운 방축천이 갈수록 망가지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며 "신도시 건설 초기에 왕버들 주변에서 장관을 이루던 수국(水菊)동산도 작년부터는 거의 구경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세종1청사 인근 방축천의 지난 3월 30일 모습.

ⓒ최준호 기자
7년전 서울 노원구에서 신도시로 이사왔다는 그는 "방축천은 서울 청계천처럼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금강 지류인 방축천은 정부세종청사 옆 신도시 중심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소하천이다.

당초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건천(乾川)이었으나,정부(행복도시건설청)가 신도시 건설을 계기로 일제히 정비했다.

그 결과 인근 호수공원과 연계되는 '방축천 길'은 국토교통부가 2019년초 전국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우리강 탐방로 100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정부세종1청사 인근 방축천의 지난 3월 30일 모습.

ⓒ최준호 기자
◇방축천 물은 제대로 흐를 수 있나

방축천을 흐르는 물은 인근 세종호수공원에 고여 있는 물과 마찬가지로 금강 양화취수장에서 인공적으로 퍼 올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금강의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시험한다"는 명분으로 2017년 11월부터 신도시 한솔동과 대평동 사이에 있는 금강 세종보의 수문을 모두 개방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금강의 수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취수장의 기능이 위협받았다.

그러자 환경부와 세종시는 취수장 바로 아래에 자갈을 재료로 임시 보를 만들었으나, 여름철 큰 비에 2차례 이상 무너지는 등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두 기관은 약 1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양화취수장에 지하수 채취 시설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세종보 철거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이경욱(43·회사원·세종시 어진동)씨는 "세종보 수문을 다시 닫으면 금강 물의 양이 풍부해지면서 방축천에 공급하는 데에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멀쩡한 금강물을 버리는 대신 많은 돈을 들여 땅 속의 물을 퍼올린다는 건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세종 / 최준호기자 choijh5959@hanmail.net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