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安否)

2021.04.26 18:07:08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옛날 우리조상들은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기 위해 5일장에 나갔다.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농사지은 곡물이나 달걀 산나물 등을 지게에 지거나 아낙들은 머리에 이고 20리~30리 먼 길을 걸어서 장에 나갔다. 장날 이 되어야 다른 동네 사는 일가친척이나 아는 분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물교환을 하다가 엽전이나 지폐가 나오면서 물건을 사고팔고 하는 상거래가 이루어졌다.어린 시절 어머니가 장에 간다고 하면 따라나섰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이라 장에 따라가면 맛있는 과자나 빵 같은 주전부리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여 힘든 줄 모르고 따라 나선다. 시장에서 국밥이라도 한 그릇 얻어먹고 오는 날은 재수가 좋은 날이다. 급히 다녀 올 때는 배를 쫄쫄 굶고 돌아 올 때도 있다. 장마당에서 만나야 그간의 안부를 묻고 집안의 대소사가 있으면 알려주기도 한다. 자녀 시집장가를 보내면 오라고 구두로 청첩을 하는 곳도 장마당이다. 누가 아프다던가, 땅을 샀다던가, 자식이 군대를 가거나 대학을 갔다는 등의 소식을 주고받으며 남정네들은 대포 집에 앉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웃음꽃이 핀다. 농기구를 사거나 대장간에 수선을 맡긴농기구를 찾아서 지개에는 고등어나 명태, 꽁치 등을 매달고 해가 뉘엿뉘엿하면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지금은 사라져서 볼 수 없다. 장에 가신 부모가 언제 오시나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개구쟁이들은 잔뜩 기대를 걸고 반갑게 맞이한다. 이러한 예전의 농경사회 풍습이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었다. 장날 고무신을 사오면 좋아서 머리맡에 두고 잤고, 학교에 갈 적에는 신발이 닳을까봐 손에 들고 맨발로 걸어 다녔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련하다. 여름방학이 되면 동생과 외갓집을 찾아가 며칠씩 묵다가 돌아오곤 하였다. 그 당시는 친척집에 가서 하루나 이틀정도 잠을 자며 친인척과 정(情)을 나누며 살았다. 부모상을 당하거나 자녀 혼사가 있으면 으레 전날에 와서 잠을 자고 애경사에 참여하였다.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없을 때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좁은 방에서 이불을 함께 덮고 잠을 자고 한 상(床)에서 식사를 하며 불편한 줄 모르고 정을 나누며 살아왔다. 손님으로 올 때는 작은 물건이라도 들고 왔고 헤어질 때도 과일이나 산나물 한 봉지라도 들려 보낸다. 오늘날은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여 너무 편리하게 살아가고 있다. 전화로 안부를 묻고 손 전화를 개인이 가지고 다니니까 수시로 안부를 묻고 전하며 목소리를 듣는다. 얼굴이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를 하며 그 때 그때 소식을 전할 수 있으니 예전처럼 친척집에 가서 하루 이틀을 묵어오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편리함이 인간의 정을 멀어지게 하는 것 같다. 코로나가 2년이 되어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모임을 할 수도 없고 축제를 비롯한 각종행사도 못하고 있어 삶이 답답해지고 있다. 문자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전하고는 있지만 예전의 생활이 더 좋았다는 말이 나온다. 전화를 안 하던 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얼굴을 본지 너무 오래되어 그리운 마음만 주고받는다. 마스크를 착용하니 사람을 만나도 누구인지 알아보기가 어렵다. 악수도 손을 잡지 못하고 주먹을 맞대며 인사를 나누니 마치 권투를 하자는 것과 같아 어색하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안부 전화를 자주 해야 하는데 도리어 부모가 자녀의 안부가 궁금하여 먼저 전화를 건다.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 살기가 바쁘다는 핑계 같지만 마음은 우울하기만 하다. 코로나로 정상생활이 일그러져 우울증까지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친인척이나 친구 지인(知人)들과 안부인사로 소식(消息)을 전하며 코로나 시국을 극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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