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 '공기마을 편백숲'은 인공림이다. 하지만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곳이다. 덜 알려져 있지만 숲은 놀랄 만큼 깊다. 상쾌한 피톤치드 향이 느껴진다. 일상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선물이다. 5월의 편백나무 숲이 최적이다. 문득 찾아도 숲 바람이 물결치듯 흘러간다. 그 안에서 아름다운 생명들이 맥동한다. 눈에 담긴 모든 풍경이 작품으로 빛난다.
ⓒ함우석 주필공기마을 편백나무숲은 상관숲으로도 불린다. 전북 완주에 있다. 전주에서 남원 가는 국도를 지나간다.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 편백숲이다. 1976년 마을주민들이 나서 만들었다. 뒤편 산자락에 85만9천500㎡(26만여 평)이나 된다.
이후 40년 넘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사람들이 들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영화 '최종병기 활'이 촬영된 후부터다. 주인공 남이(박해일 분)가 청나라 장군 쥬신타(류승룡 분)에게 화살을 날리는 마지막 장면을 이 숲에서 찍었다.
공기마을 유래도 재미있다. 마을 뒷산엔 옥녀봉과 한오봉이 있다. 여기서 내려다보면 마을이 밥그릇처럼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생긴 이름이 공기마을이다. 창암 이삼만 선생이 만년을 보낸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편백숲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죽림리 초입에서 공기마을까지 좁은 길을 따르면 된다. 2㎞ 남짓 오르면 커다란 주차장이 마을 입구에 있다. 주차장을 조금 지나자 편백숲 오솔길이란 팻말이 있다. 여기를 들머리로 삼으면 된다.
숲 한가운데 삼림욕장도 마련돼 있다. 휴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돗자리 펴고 머물면서 나무향을 즐기는 곳이다. 한낮 잠깐 누워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아름답게 걷는 숲이라기보다는 행복하게 머무는 숲이다.
머물며 즐길 수 있는 곳은 세 곳이다. 먼저 주차장에서 임도 산책로 입구의 편백 숲에 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더 쉽다. 임도 산책로를 따라 가면 된다. 돌탑 부근의 개울을 끼고 있다. 숲 주인이 수백 개 돌탑을 쌓아 신령스럽다.
마지막 세 번째는 삼림욕장의 편백숲이다. 임도 산책로 반환점을 1㎞쯤 앞두고 산자락 아래에 있다. 입구 주차장에서 가장 멀긴 하다. 하지만 삼림욕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삼림욕장은 공기마을 편백 숲 가운데 가장 인적이 드물다.
비대면 시대 소수의 인원과 찾기 적당하다. 나 홀로 머물기도 좋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색을 위한 공간으로 적당한 곳이다. 푸르름이 솟아나는 봄날, 걷기 여행지로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걷는 걸 힘들어 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숨쉬기 운동이 운동의 전부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장소다. 가던 길을 따라 더 걸으면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유황편백탕도 있다.
공기마을 편백숲은 편백향에 유황족욕까지 피로 풀기에 최적이다. 물론 화려한 볼거리는 없다. 대신 부담 없이 호젓한 공간에서 마음껏 자연을 누릴 수 있다. 나들이 욕구가 솟구치는 봄날 밀집과 밀접을 피해 안전하게 봄을 즐길 수 있다.
전체 숲길 가운데 편백숲 산책로는 2㎞ 남짓이다. 편백 사이를 이리저리 헤치며 나아간다. 여러 차례 오르고 내린다. 때론 가파르고 때론 평탄하다. 통나무 다리도 몇 개 건넌다. 가끔 계곡물 소리도 듣는다. 길은 꽤 좁지만 걷기에 어렵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