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가르치는 할아버지의 마음

2021.08.09 16:22:04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매일 아침 10시가 되면 교자상(交子床)앞으로 손주들 네 명이 둘러앉는다. 여름방학이 돼 외가에 온 손주들에게 3주 째 기초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고전에 나오는 명문장을 배우며 올바른 인성이 함양되도록 동몽선습, 사자소학, 고사성어(故事成語)와 한자를 만든 자원(字源)이야기를 들려주면 손주들의 눈동자에서 빛이 난다. 모두 초등학생으로 1학년, 4학년 두 명과 6학년이다. 한글전용정책이 50여 년 가까이 이어지다 보니 현직선생님들도 한자를 모르는 세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조상대대로 한자를 만들어 사용해 왔던 민족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2/3가 한자어(漢字語)로 돼 있다. 글을 읽을 줄 안다고 한자어로 된 문장을 해독(解讀)할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에 OECD국가 중 문장해독능력을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는 최하위로 나타났는데도 한글전용이 애국으로 생각하고 편한 것만 추구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필자는 한자를 외국어라고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자를 가장 먼저 만들어 사용한 민족은 황하문명보다도 천여 년이나 앞선 요하문명을 일으킨 동이족이었다는 것을 중국의 학자들도 모두 인정하고 있다. 이미 한자를 만들어 사용했던 동이족의 세력이 중국의 황하유역으로 넘어가서 문명을 일으켰는데 이것이 황하문명이다. 한자(漢字)라고 하는 것은 한나라 때 정자(正字)인 해서(楷書)체를 완성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동이족의 세력이 남하해 한반도로 내려왔기에 단군이전의 상고사에 따르면 한자를 만들어 사용한 동이족은 우리의 조상이기 때문에 한자는 국자(國字)라 할 수 있다. 물론 세계가 인정하는 한글의 우수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한글만 우리글이라고 하며, 우리민족의 정신문화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한자를 버려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한글과 한자는 서로 보완하며 사용해야 할 우리민족의 글이다. 한자를 배척(排斥)하는 정책은 크나큰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충주 출신의 국문학자이신 청범(淸凡) 진태하 박사는 한자교육운동에 앞장서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를 설립해 초등학교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교육부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에 20여 년간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7차 교육과정에 반영돼 2019년 5~6학년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倂記)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갑자기 폐기해버리는 어이가 없는 일이 벌어져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3년 전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다. 이 운동에 함께 참여한 필자의 안타까운 마음은 어떻게 표현 할 줄 모르겠다. 잘못된 어문정책이 바로 설 때까지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정신으로 한자교육이 어문정책에 반영되도록 다음정권이 선택해 주길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예의범절을 지킬 줄 모르고 버릇없이 말하고 행동한다. 사자소학은 어린이들의 언행을 바르게 가르치는 교재로 사용하면 유익하다. 부모가 나를 낳아서 길러주신 은혜를 알게 하면 효도하는 마음이 싹트게 된다. 하늘과 땅이 생명을 살려주고 있기에 인간이 살아 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자연의 고마움을 알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은혜에 감사하고 보답하려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으로 돌아가 사람답게 살아가려는 마음이 싹트기 때문에 인성교육이 저절로 되는 것이다. 지금 초등학생인 손주들이 성장하면서 여름방학에 배운 한자공부가 도움이 되었음을 느끼게 된다면 나에겐 작은 보람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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