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소리 녹명(鹿鳴)

2022.01.24 15:43:04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문명이 발달하면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澎湃)해지고 이웃과 화합하면서 살아가던 아름다운 풍습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슴은 단아하고 청초한 기품을 느끼게 하여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인 십장생의 하나로 여겨져 숭배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다른 배고픈 사슴들을 부르기 위해 내는 울음소리를 녹명(鹿鳴)이라고 하는데요. 이 녹명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울음소리라고 말합니다. 수많은 동물 중 사슴만이 먹이를 발견하면 함께 먹자고 동료를 부르기 위해 운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울음소리를 들어 본적이 있는지요? 여느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고 남은 것은 숨기기 급급한데 사슴은 오히려 울음소리를 높여 함께 나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녹명'은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인 시경(詩經)에도 등장합니다. 사슴 무리가 평화롭게 울며 풀을 뜯는 풍경을 어진 신하들과 임금이 함께 어울리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녹명' 속에는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살인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이는 사건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 사랑했는데 형제끼리는 왜 역사 속에서 서로 죽고 죽이며 싸워야만 했는지? 권력과 돈 앞에서는 왜 형제가 아닌지? 또한 가족이 아닌지? 마음이 아프고 저려옵니다.

오늘날 재벌가의 유산 상속 분쟁도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한정된 재화나 권력을 독차지할 수 있는 비극적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는 너를 잡아먹어야 하고, 내가 성공하기 위해 너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냉엄한 현실을 보게 됩니다. 우리는 스스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합니다. '이기적 유전자'의 작가인 리처드 도킨스는 "약육강식으로 이긴 유전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상부상조를 한 '종(種)' 이 더 우수한 형태로 살아남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보호하면 그 남이 결국 내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기심보다 이타심, 내가 잘 살기 위해 남을 도와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지요. 남이 잘 되도록 도와줘라 남이 잘 되어야, 내가 잘된다. 태공이 말했습니다. 남을 무시하지 말라.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여 남을 업신여겨서는 안 되고, 자기가 크다고 생각해서 작은 사람을 무시해서는 안 되고, 용기를 믿고 적을 가볍게 대해서는 안 된다."

서로를 지켜주고 함께 협력하는 것은 내 몸 속의 이기적 유전자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삶이 아닌가요? 세상에는 셀 수도 없는 소리들로 넘칩니다. 개도 울고, 닭도 울고, 심지어 하늘과 바람도 울고 있습니다. 좋아도 울고, 슬퍼도 울고, 이별에 울고, 감격에 겨워도 우리는 울며 삽니다. 시인 조지훈은 '울음이란 지극한 마음이 터지는 구극의 언어'라고도 했습니다.

삶을 복되게 한다는 몇가지 명언을 공유합니다. "남을 기쁘게 하라 10배의 기쁨이 나에게 돌아온다", "끊임없이 베풀어라. 샘물은 퍼낼수록 맑아지게 마련이다", "약속은 꼭 지켜라", "불평을 하지 말라. 불평은 자기를 파괴하는 자살폭탄이다"

사람이 못 믿는 사람은 하늘도 못 믿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엄동설한의 겨울 날씨!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우리 모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도 그대의 베푸는 마음으로 인하여 위로와 용기를 얻는 따뜻한 하루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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